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1년 동안 히로바에서 한국어 수업 자원봉사를 한 조희연입니다. 지인에게 이곳을 소개받았을 때, 일본어도 활용하고 한국어도 가르칠 수 있어서 여러 모로 의미있을 것 같아 기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1년이나 되어 무척 뿌듯합니다.
일본어 자체가 한국어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문법을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발음은 많이 어려웠습니다. 모음 ‘ㅡ’를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거나 자음 ‘ㄹ’를 발음하지 못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좀 더 많은 연습을 통해 발음을 바로잡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충분한 기간을 공부할 수 없었던 것이 참 아쉬웠습니다.
히로바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온 어린 학생들이 있었고 잠깐 여행 온 분도 있었으며 장기 체류하시는데 한국어가 늘지 않아서 고민이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초급인 분들에 대해서는 역시 문형 연습이 주가 되었습니다. 조사의 활용 방법, 동사나 형용사 활용하기 등을 많이 했습니다. 일본어로 문법 설명을 하고 한국어 문형을 많이 연습했지요. 일단 문장 구조를 입에 붙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분들이 많아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한국어로는 한계가 있고 일본어로 하자니 한국어 수업의 의미가 없는 거 같아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분들의 실력이 어서 늘기를 바랐으나 그렇게 꾸준하게 만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초급자들에게는 문법 설명과 문형 연습이 주가 되지만 중급자들은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으므로 문법 설명보다는 회화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분들의 고충은 알긴 하는데 그것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말을 많이 하도록 했습니다. 문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웬만하면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맞장구를 치는 등의 반응을 많이 해 주었습니다. 저도 일본어를 공부할 때 제 말이 일본사람에게 통한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에게도 그런 기쁨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묻곤 했습니다. 그럼 그 분은 한동안 한국어로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해 하셨으나 익숙해지자 많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역시 한국어는 언어인지라 소통이 중요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말하는 재미를 느끼고 자신감이 붙고 했습니다. 한국어를 말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던 모습도 많이 사라지고 이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다양한 어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여서 단어의 뜻을 많이 알고 싶어했습니다. 단어 뜻이야 사전에도 잘 나와 있지만 사전에 나와 있다고 해서 실생활에 다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당 단어가 쓰이는 환경도 제각기 다른데 이런 점을 설명하는 것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인과 수업하다가 오히려 한국어가 얼마나 어려운지 오히려 제가 깨닫기도 했습니다. 잘 쓰지 않은 한자어로 표현할 때면 사전에 버젓이 나온 단어인데 왜 안 쓰는지, 혹은 이 상황에서 왜 이 말을 쓰면 안 되는지 설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어의 다양성에 대해 제가 놀라기도 했습니다.
고급 학습자와 공부할 때는 제가 배운 바가 더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실력이 고급이니 수다를 잘 떨다 오면 되겠구나 하는 편한 마음이었습니다. 주제를 잘 정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고급 학습자는 다양하게 표현을 하는 만큼 한국어와 일본어의 차이를 많이 물어왔습니다. 또한 한국인의 언어 습관이나 언어 심리 등을 묻곤 했는데 그런 점을 설명하면서 저도 한국어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어의 이러한 표현을 일본어로는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그 미묘한 차이에 새삼 놀라곤 했습니다. 일본어나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습니다. 말을 잘한다고 언어 공부가 끝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히로바의 장점은 ‘여유’인 듯합니다. 일대일로 공부하기 때문에 매칭된 일본인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해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어학원의 경우 대부분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커리큘럼이 무척 타이트하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한국어로 모든 수업이 이루어져서 알아듣기도 쉽지 않은데 그 와중에 설명도 많고 과제나 시험도 많은 듯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 입시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나 모두가 입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것뿐인데 모두가 입시를 향해 힘껏 달려가다보니 여유있게 천천히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천천히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히로바의 시스템이 바뀌어서 주말에만 한국어 교실이 열리게 되어 제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더는 한국어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어 무척 아쉽습니다. 다시 평일 수업이 열린다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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