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8년 1월부터 약 8개월간 아시아희망캠프기구에서 주최한 한국어 멘토링 봉사활동을 했던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김강엽입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접했던 일본어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꾸준히 일본어를 공부하여 어학특기자 전형으로 명지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배워왔던 일본어를 점점 잊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본어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찾게 된 활동이 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활동하는 내내 한국어 원어민인 제가 일본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한국어가 정말 어려운 언어라는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한글은 어리석은 사람도 일주일이면 읽고 쓸 수 있게 될 만큼 쉬운 글자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알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어에서의 한자는 모르면 읽을 수조차 없는 것에 비하면 한글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한국어는 달랐습니다. 한국어를 문법적으로 접근하면 이렇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모국어 화자인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모음조화 등의 규칙이 숨어있었고, 거기에 오랜 시간 동안 편하게 쓰이기 위해 발전해오면서 수많은 예외적인 규칙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를 외국 사람에게 쉽게 설명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외우는 수밖에 없네요."라고 말한 적도 꽤 많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죄송했습니다.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딱딱한 문법 공부보다는 회화를 권했습니다. 문법을 통해 배운 예문들로 상황을 만들고, 직접 생각하며 말해볼 수 있도록 기다렸습니다. 학생 중에는 한국어 수준이 수준급인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분들과는 자유롭게 대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일본 분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하면서 또 한 가지 언어적으로 느낀 것은, 일본어와 한국어는 발음이 정말 다른 언어라는 것입니다. 가령 한국어 '달·딸·탈'은 한국어 초급 수준의 일본인에게 모두 같은 소리로 들린다고 합니다. 아무리 천천히 발음해봐도, 무엇이 다르냐며 갸우뚱거리기만 했습니다. '자·차·짜', '가·카·까'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차차차', '카카카'인데 답답하다고도 하셨습니다. 어'와 '오', '우'와 '으'를 구분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분들은 '안·앙·암'의 발음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학생들은 한국인들의 일본어가 귀엽게 들린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인들은 「つ」를 '쮸'로 발음하고 ざ행은 모두 じゃ행이 된다면서, 「つ」 발음 여부로 외국인과 일본인을 구분한다던 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어의 '쮸'도 아니고 '츠'도 아닌 발음이라고 저에게 다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알아가면서 소통하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였습니다.
각자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데뷔를 준비하는 10대 여고생부터, 욘사마를 좋아하시는 40대 아주머니까지 나이도 취미도 다르지만, 모두에게는 한국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도 비단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문화나 가치관에 대해 알려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저 또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욱 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이야기하면서 간접적으로 그들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조금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학생의 태도였습니다. 대다수는 먼저 질문하고, 한국어를 배울 열의로 가득한 학생들이었지만 극히 일부는 제가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할 뿐 수업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문 자격을 가진 강사는 아니지만 그럴 때는 정말 맥이 빠졌습니다. 자유 주제로 회화를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난감했습니다. 다른 수업 때의 2시간은 정말 짧은데, 이런 수업 2시간은 영겁의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부족한가, 재미가 없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수업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오사카의 마리아 학생입니다. 약 한 달 동안 함께 수업을 했던 학생인데,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수업을 이끌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모르는 내용이면 '몰라, 다음!'을 서슴지 않고 외치곤 했습니다. 그래도 한 달 동안 같이 수업하면서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내심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한국어 멘토링을 했던 8개월은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일본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파견 기간동안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히로바의 직원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출처] [히로바] 한국어 서포터 후기 - 김강엽 (한일사회문화포럼) |작성자 김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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