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첫째날>
나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할 만한 봉사활동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자원 봉사 포털사이트에서 아시아 희망 캠프기구에서 주최한 국제 워크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나 홀로 4박 5일 동안 집 밖에 나와야 했던 적은 없어, 이번 캠프는 나에게 충분한 기대와 두근거림을 선사해 주었다. 또한, 농촌체험과 타 나라들의 문화를 배워보는 문화 교류 시간도 있었기에 더 설렜던 것 같다.
우리의 집합 장소가 전주역이였기에 서울에 사는 나는 용산역에서 KTX를 탔다. 예약된 내 좌석으로 가자 인솔 선생님인 기쁨 선생님께서 내 옆자리에 계셨다. 도심을 벗어나자 기차 창 밖으로 시골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파릇파릇한 풀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음이 점점 편안해졌다.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이 전주역에 도착했고, 최종 집합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신세를 질 마을에 도착하고 든 첫 생각은 ' 조용하고 아름답다. ' 였다. 고창과 같은 시골에 처음 가 본 나로써는 평범한 시골의 풍경과 냄새들이 낯설었지만 우리를 살갑게 맞아주시던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뵈자 어딘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졌다. 이장님을 비롯한 모든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두 모이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치 손주들 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간단한 마을 소개를 들었고 첫날이니 만큼 숙소에서 편히 쉬었다.
<8.2 둘째날>
본격적으로 일정이 시작되는 날이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고추를 따러 갔다. TV에서 볼 때는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는 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10kg짜리 포대에 고추가 가득 채워져 질 때쯤 모두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있었다. 음식 재료의 소중함을 알 게 해준 좋은 경험이 되었다. 원래의 다음 일정은 선운산 탐방이였으나 하늘에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에 우리는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에서 마을 어르신과 함께 식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시중에서 파는 식혜만 접해본 나는 어르신께서 설명해 주시는 모든 과정을 귀기울여 들었다. 엿기름이라는 주재료가 사실은 기름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고, 그 엿기름을 또 손으로 짠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식혜는 다음 날 점심에 완성되어 맛있게 먹었다.
< 8.3 셋째 날 >
이 날은 이장님의 차를 타고 나가 선운산 탐방을 가는 날이였다. 나는 선운산에 자연 경관이 좋아 가는 것인 줄 알았는 데 그게 전부가 아니였다. 이장님의 차를 타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시골길을 달리자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상쾌해졌다. 물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서 가이드 선생님께서 많은 설명을 해주셨다. 어느샌가 친해진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올라가다 보니 절이 하나 보였다. ' 선운사 ' 였다.선운사의 중간에는 아름다운 백일홍이 자리잡고 있었다. 넓은 백일홍 나무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가이드 선생님과 함께 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고, 더불어 선운사에 대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선운사에서의 시간은 정말 뜻 깊었던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끼리 와서 아름다운 백일홍을 다 같이 보고싶다.
길었던 선운사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곡에서의 물놀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곡물은 생각보다 엄청 차가웠다. 나는 차마 들어갈 엄두가 안나 돌에 앉아 발만 담그고 있었다. 발부터 전해지는 시원함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 힐링이 된 것 같다. 계곡 역시 한창 더운 여름날에 가족들과 다시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놀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 모두가 뽀송뽀송하게 씻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던 숙소를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휴식시간에 마을도 한번 산책에 보고 애들과 떠들며 놀기도 했는데 뭔가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숙소 구석에 있는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노래방 기계였다. 어떻게 그 기계를 켰는지 모르지만 친구들끼리 한 곡을 부르자 선생님들이 들어오셨고, 위층의 남자애들도 들어왔다. 그렇게 우리는 선생님들에게 말해서 우리가 불렀던 박효신의 눈의 꽃을 일본 선생님이 일본어로 불러주셨다. 그 노래를 듣고 일본어가 참 여성스러운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부드러웠다. 어느새 대학생 오빠도 들어와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 8.4 넷째 날 >
6시에 일어나야 했던 일정이 취소되고 8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인천강으로 다슬기를 잡으러 가는 시간이였다. 이장님의 차를 타고 인천강으로 가기 전에 옥수수밭에 먼저 들렀다. 우리가 먹을 옥수수를 수확하러 온 것이였다. 옥수수 따는 법을 배워 열심히 했으나 옥수수 밭에는 벌레가 많았다. 무서운 감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옥수수를 따고, 껍질을 벗겨낼 때 마다 보이는 옥수수알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그래서 계속 땄던 것 같다.
옥수수를 충분히 따고 나서는 인천강으로 향했다. 강의 물길은 생각보다 폭이 좁았고 제일 깊은 곳도 무릎까지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마을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바구니를 주셨고, 우리는 돌에 붙어있는 다슬기들을 잡아 바구니에 넣었다. 한참 다슬기 잡기에 열중해 있을 때 즈음, 저기 멀리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알고보니 남자애들이 물고기와 올챙이를 잡았던 것이다. 올챙이는 보통의 올챙이보다 더 컸다. 물고기를 잡은 이후 모두가 물고기 잡기에 열중했다. 모두가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 8.5 다섯째 날 >
일어나자마자 짐을 쌌다. 5일 만에 집으로 가서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기분좋은 느낌과 고창 반암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슬픈 느낌이 한번에 들었다. 5일 동안 정이 들어버린 친구들이며, 우리를 친손자처럼 대해주시던 마을의 어르신들, 5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 이장님댁의 강아지, 반암마을에서 나는 시골 냄새, 풍경들이 그리워 질 것 같았다. 이번 캠프에서 나는 좋은 친구들을 얻었고, 동시에 학업으로 지쳐있던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가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며 즐겁게 갔다. 다음 캠프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고, 뜻 깊었다. 더불어, 아직도 연락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조만간 만나서 놀 예정이다. 국제 워크 캠프 in 고창은 정말 알찬 캠프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캠프에도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