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겨울방학을 맞이해 아시아희망캠프기구가 주최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국제워크캠프에 참여한 대구가톨릭대학교 3학년 이지후 라고 합니다. 2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나가사키를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캠프에 참여한 사람은 제게 이 캠프를 제안한 제 친구와 더불어 처음 만나는 4명, 그리고 일본인 동행리더 였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초면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괜찮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아서 걱정과는 달리 즐거운 여행을 했습니다.
첫째날은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고 숙소에서 이번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고 제대로 된 일정은 둘째날부터 이루어졌습니다. 캇수이 여대와 나가사키 대학을 견학하고 그곳의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가사키 대학에서 나가사키 지역의 유학생을 관리하고 관련 문제를 담당하시는 관계자분들을 만나서 일본 유학이나 일본 내에서의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나가사키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러 갔습니다. 데지마와 구로바엔을 구경하고 상점가에서 카스테라도 구입했습니다. 이동할 때 이용했던 교통수단은 유럽의 트램과 같은 노면전차였는데 일본어로 '로멘덴샤(路面電車)'라고 합니다. 노면전차는 처음 타보는 것이라 신기했고 전차마다 디자인도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 날 저녁에는 차이나타운에 가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보았는데 굉장히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셋째날엔 나가사키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하우스텐보스에 갔습니다. 테마별로 다양한 볼거리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일행과 함께 여기저기를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꽤 넓어서 하루만에 모든 곳을 가보진 못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혹시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가고 싶은 곳만 선정해서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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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엔 이 캠프에 가기로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었던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홈스테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일본 가정의 모습을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저와 제 친구가 가게 된 집은 와키자카씨 노부부가 사는 곳으로 한국 이외에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홈스테이를 한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오전에 저와 제 친구를 마중나오신 와키자키씨와 그분의 친분으로 함께 오신 히로코씨가 이곳저곳을 데려다 주시면서 친절히 안내해주셨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의 풍경을 눈과 사진에 담기도 하고 온천물에 족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운젠 국립공원의 자연경관이었습니다. 하얀 연기의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유황천으로 인해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그 곳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운젠 지옥을 산책하고 명물인 온천달걀도 맛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시마바라성이나 작은 공예품을 전시해놓은 곳 등을 다녀왔습니다.
어둑어둑해질 때 즈음 홈스테이 할 집에 도착했습니다. 다다미 방안에 코타츠가 놓여있었는데 평소 코타츠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친구와 함께 코타츠 안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먹으라고 주신 귤을 까먹으면서 코타츠의 따뜻함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푸근한 느낌의 가정식 나베 요리였는데 맛이 아주 좋았고 모두가 코타츠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식사를 하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와키자카씨의 지인분이 몇 분 오셔서 함께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투른 일본어 실력으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한국에 관심도 많고 드라마와 같은 한류문화에도 호의적인 분들이셔서 저와 제 친구와의 만남을 굉장히 기뻐해주셨습니다.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말은 하고 싶은데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뜻 깊고 즐거웠습니다. 함께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고 잊지 못 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돌아가고 와키자카씨 부부께서 친구와 제게 욕실을 알려주시며 씻고 푹 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에서는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저는 이것이 꽤나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문을 열고 욕조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수건이나 옷을 둘 수 있는 선반,세면대, 드라이기 등이 있는 욕실 앞 공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평소 집에선 씻은 뒤 수증기가 가득한 욕실 안에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는데 여기엔 이런 공간이 있으니 샤워 후 이곳에서 몸을 닦은 뒤 뽀송한 상태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겨울에 보일러를 틀어서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바닥에 다다미를 깔고 생활하기 때문에 바닥이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밤에 잘 때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히터를 틀고 잤는데 잠든 사이 꺼져버렸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방 안 공기가 차가워서 추웠습니다. 한국에서의 따뜻한 방바닥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이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한 번 문화차이를 느꼈습니다.
마지막날 홈스테이 가족들과 작별을 하고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안에서 일본만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거리는 주위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고 과격하거나 난폭한 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교통질서나 매너가 아주 좋다고 여겨지는 부분이었죠. 또 홈스테이 하는 날 만났던 분들이 일정 시간이 되자 무르익었던 분위기도 뒤로한 채 편히 쉬라며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시간 규칙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아마 사전에 모임은 몇 시까지 라고 정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늦지 않게 씻고 짐정리를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와키자카씨는 그런 저희를 위해 일어나는 시간과 화장하고 채비할 시간, 아침 식사 시간, 출발 예정 시간을 종이에 적어주시는 정성도 보여주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저희를 잘 배웅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편지를 써주신다며 주소를 물어보셨는데 그 편지가 정말 기다려집니다. 이번 여행은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일본에 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일본어 실력으로 자신있게 의사소통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