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표 친일파' 사사카와재단 이사장 "8月 아베담화는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오늘의 세상]

데니스 블레어, 이례적 비판 "아베, 지지받을 기회 놓쳐"


일본의 대미(對美) 공공 외교를 책임지는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 USA'의 데니스 블레어(68·사진) 이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난 8월 전후(戰後) 70년 담화를 "책임 회피로 일관한 실망스러운 문서"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 국가정보국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일파'로 꼽히는 블레어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한 당일 작성한 논평을 최근 재단 홈페이지에 전격적으로 올렸다.


'사사카와 USA'는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의 '사사카와 평화재단 재팬'이 후원해 1990년 워싱턴DC에 만든 핵심 싱크탱크로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주관하거나 후원한다. 지난 4월 말 아베 총리 방미(訪美) 때도 워싱턴 DC의 최고급 호텔에서 일본과 가까운 미국 내 여론 주도층 400명을 모아놓고 특별 강연회를 단독으로 열어 '친일 여론' 형성에 앞장섰다. 블레어 이사장은 2014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사장으로 취임했었다.


블레어 이사장은 논평에서 "아베 총리가 '우리는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미래를 위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무고한 사람에게 우리나라가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끼쳤다'고 말했지만, 20년 전 무라야마 담화에 크게 못 미쳤다"며 "일본이 과거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타국에 일본이 그렇게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아베 담화는 실망스러우며,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자를 교육하고, 다른 나라를 안심시킬 큰 기회를 놓쳤다"며 "우리는 일본의 지도자들이 일본인이 자국의 과거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올해 초 한 세미나에서 일본의 과거 악행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한국도 베트남전 때 무자비한 행동을 많이 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재단의 최고 책임자가 일본 총리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배경을 놓고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재단 측이 이사장을 교체하려는 상황에서 블레어 이사장이 선수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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