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 쿠마모토 아소 고교생-대학생 국제워크캠프 참가후기 (정채원/서울여자고등학교)

저는 서울여자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고등학교 2학년생 정채원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1365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해외 봉사이지만 단순 봉사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친구들과 함께 교류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아시아희망캠프가 주최하는 쿠마모토 국제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제주도를 가는 것보다 빠르게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한 후 고속버스를 타고 쿠마모토 국제 교류회관에 갔습니다. 후쿠오카 공항과 쿠마모토가 종점의 거리라 이동시간이 길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운전석이 오른쪽이 있다는 것, 돈의 단위가 1원까지 있어서 계산을 할때 고려해서 내야 한다는 것, 교통수단의 기본요금이 우라나라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교류회관에서 각자 홈스테이 가정을 배당받았는데 저는 같이온 1살 어린 2명의 한국인 동생들과 함께 쿠마모토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요코상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학교에서 제 2 외국어로 배운 일본어가 다인지라 처음에는 어떻게 소통을 할까 매우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도 요코상이 한국어를 잘 하셔서 소통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제일 고마웠던 점은 저도 습관처럼 친구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모르겠어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기기 일쑤였는데 요코상은 작은 농담 하나에도 모두 반응해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또, 한국은 상대방의 말을 맞장구 칠때에도 '그렇구나''맞아'정도가 다인데 알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아 쏘데스까'라던지 '하이, 하이'를 붙여 더 풍부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말을 잘 듣고 있구나' 하는 믿음을 자연스럽게 사는 일본인들의 대화 방식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동네 온천에 갔는데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과 거의 비슷하지만 소소한 차이점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는 음식들이 맥반석 게란, 식혜, 각종 화장품, 팩 이정도라면 일본에서는 특산품 위주로 쿠마모토에서 나는 과일, 채소 심지어는 파, 양파 이런 종류의 채소들이 있어서 마치 작은 슈퍼마켓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물이 계속 흐르고 있는 조그만 터에 바가지를 담가 놓은 것이 보이는데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물을 뿌리고 나가기전에도 뿌려줘야 예의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주의할점은 탕의 물 속에 타올을 적시면 절대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왜 항상 일본의 캐릭터들이나 일러스트에 타올을 머리 위에 올려놓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ㅋㅋㅋ!  

 

짧았던 홈스테이 가정에서의 하룻밤을 뒤로하고 일본국립 아소 청소년 연수센터로 향했습니다. 평균 기온이 38도를 웃도는 아소인지라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에어컨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부채질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우리들끼리 에어컨을 킨게 이정도냐며 에어컨의 성능을 저주하고 있었는데 조용히 손부채를 하고있는 일본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이내 창피해졌고 조용해졌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깊게 깃든 일본인 친구들에게 또 한 수 배우는 경험이였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분과회를 진행할건지 소개를 듣고 시설을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련원도 체계적이지만 일본은 취침 이부자리 정리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것을 보고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챙기는 꼼꼼한 나라라는 인상이 강해졌습니다. 또 수련원의 트레이드마트로 소를 들 수 았는데 아소산에 자연방목하는 소들은 식용목적인지(사심) 마스코트 목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분과회 활동은 6조로 배정을 받앗고 한국인 4명에 미얀마, 베트남 친구들 몇 명 나머지는 모두 일본인 친구들이였습니다. 미얀마, 베트남 친구들의 일본어 실력이 수준급이였던지라 제 일본어 걱정이 극심해질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통역오빠 덕분에 마음놓고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조는 '방제'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처음엔 어려웠지만 나름 할 말이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어가 잘 생각이 안나서 더듬더듬 거리고 많이 답답했었을 수도 있었는데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의 정서와는 달리 '기다림의 미학'을 알고 멀리서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느낌이라 감사했습니다. 뒷숲에 나가서 구식방법으로 불붙이는 활동은 매우 더웠지만 불평하는 팀원 한명도 없이 즐겁게 참여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자연재해가 났을때 필요한 물품들을 각자 3~4개씩 적고 그 물품을 어떤 기관이 어느 기간동안 배급해야할지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한국어로도 쓸 수 있었지만 배우자고 온 봉사였기에 번역기도 좀 쓰고 통역을 해주시는 오빠의 도움을 받아 즐겁게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물품의 개념을 잘못 이해해서 '가족'을 물품화시키는 실수를 범했는데 틀렸다고 단정짓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이해해주는 친구들의 모습이 참 이뻐보였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분과회 총 발표회에서 감상과 프로그램 내용 중에 좀 더 간단한 감상을 맡게 되었습니다.

 

가타가나는 힘들고 히라가나는 읽을 수 있어서 모든 내용을 귀찮아하지 않고 히라가나로 친절히 변환해준 마야짱이 너무너무 고맙고도 미안했습니다. 일본어 잘 못하는 한국인이라서 민폐가 되면 안될까봐 같이간 동행 일본인 스텝언니한테도 도움을 받고 밤에 연습해서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조별활동 내내 마야짱이 저한테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눈이 자주 마주쳐서 왜 그랬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친해지고 싶었는데 채원 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한국은 바깥으로 싫어하고 좋아하는 티를 많이내고 솔직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렇듯 일본은 본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어찌보면 알쏭달쏭하지만 나름대로의 기본 배려가 투철한 사람들 같았습니다.  

아소 청소년 연수센터에서는 분과회 활동 외에도 레크레이션을 많이 했었는데 '리틀 포니'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 나라의 수건 돌리기 같은 게임이 가장 재밌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건 돌리기에서 수건을 빼고 춤이라는 개념을 집어넣으면 이해가 쉬울듯 한데 동그랗게 모인 수많은 사람들중에 딱 멈춰서서 같이 춤을 추는 게임입니다.

 

원래 좀 창피해서 안걸리려고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다가 5번이나 걸려서 나중엔 저를 내려놓고 미친듯이 즐겼습니다. 일본인 친구들도 처음엔 부끄러워하더니만 나중엔 다들..ㅋㅋㅋㅋ 역시 노는거에 잇어서 사람들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놀땐 놀고 할땐 하는 마인드가 멋졌어요~!

 

우려와는 달리 k-pop으로 모두가 하나되어 먼저 말을 걸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많이 친해졌고 시간이 갈수록 일본어 말문이 트이는듯 했습니다. 연락처를 주고받을 때에도 우리나라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카카오톡이 상용화 되어있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동단결되는데 일본은 다 라인을 많이 쓰는듯해서 신기했습니다.

 

또 통신 쪽에서도 와이파이가 광대역이라고 여기저기 상관없이 팡팡 터지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있다해도 로밍을 한 친구들 조차도 좀 느렸습니다. '잇쇼니 샤싱 톳테 구다시이'라고 사진을 같이 찍자는 말이 캠프가 종료될 즈음에는 습관처럼 나왔고 다들 친해져서 정말 헤어지기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