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된다"…워홀비자 일부러 떨어뜨리는 유학원들

강원도의 한 전문대에 다니는 최모(28)씨는 올해 8월 유학원을 통해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낙심한 그에게 유학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식 유학을 권했다.

미심쩍은 마음에 비자 신청서류를 되짚어 본 최씨는 유학원 측이 자신이 알려 준 신상 정보조차 틀리게 쓰는 등 주요 내용을 무더기로 누락한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는 "서류에서 나이도 틀렸고, 재학 중인데 졸업생이라고 적는가 하면 일본 출입국력은 아예 빠졌다"면서 "특히 사유서에 취업 목적의 방문으로 오해받을 표현이 있었는데도 유학원 측에선 전혀 문제없다고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0일 유학업계에 따르면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을 대행하는 일부 유학원들이 일부러 부실서류를 작성해 신청자들을 탈락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으로 유학하려는 학생이 급감하자 '워홀러'(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을 유학 코스에 밀어 넣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학원들은 일본 현지 어학원 등에 학생을 소개해 주고 통상 학비의 40∼60%를 중개료로 받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유학의 경우 6개월 학비가 37만엔(약 347만원) 정도인데 통상 중개료가 17만엔(약 159만원)"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기숙사비는 도쿄의 경우 3개월에 20만엔 수준인데 역시 중개료가 5만엔이나 된다"고 말했다.

도쿄에 유학생 한 명을 보낼 경우 연간 500만원 이상이 유학원에 제공된다는 것이다.

반면 워킹홀리데이는 한 사람당 중개료가 4만∼5만엔(30∼40만원)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어학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인데 일본 유학 희망자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여서 유학원들이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 2만5천700명이었던 것이 2012년 2만명으로 22%나 줄었고, 작년 1만8천900명, 올해 1만7천200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유학 상담이 대지진 이후 큰 폭으로 줄어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았거나 폐업 위기"라면서 "이 때문에 일부 유명업체까지도 워킹홀리데이 신청자들을 유학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학원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신청을 일부러 떨어뜨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최근 한 대형 유학원장은 사석에서 '분명 떨어지게 서류를 써줬는데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씨 외에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서류에 주요사항이 빠지거나 불리한 내용이 적히는 등 피해를 본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른 탈락자는 아예 여권번호가 누락됐고, 직장경력을 모두 빼버린 뒤 '무직'이라고 적거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유서 표본을 거의 그대로 베껴 쓰게 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비자 탈락 후 정식유학을 제안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업체들은 담당자의 실수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학원이 고의로 비자 신청을 탈락시켰다고 해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신청자 본인이 좀 더 알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유학 전문가는 "유학원들이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중개료를 챙기는 구조 자체도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유학 관련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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