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보내는 도쿄통신/ 와세다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최유리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보내는 도쿄통신/ 와세다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대지진 후 6개월, 일본은 지금?


 '원전 반대운동''나데시코 재팬'  2011.9.14

 

안녕하세요오늘부터 한일사회문화포럼의 도쿄통신원으로서 일본의 소식과 유학생활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유학생최유리라고 합니다.  부족한  솜씨로 이런  역할을 맡게되어 걱정이 앞서지만앞으로  개월  연재하게  저의소소한 이야기를 통해많은 분들이 현지의 위기와 일상을조금이나마 가깝게 느끼실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올리게  오늘 9 14

어느덧  세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3 11일의 ‘동일본 대지진’ 일어난  6개월 하고도 3일이  지났습니다 분들이 대지진과 그것에 이어진 원전사고전력부족문  한국에서 연일 우울한뉴스만 보도되던 도쿄의 생활 궁금해하실 텐데요.  과연 6개월이 지난 지금현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오늘 아침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 오전 10시경, JR 메지로 역 앞의 풍경입니다. 9 중순에 접어든 지금 도쿄는 아직도 30도가 넘는 여름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맑은 하늘아래 열심히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언뜻 보면 대 지진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평화로워 보입니다.

 

대지진 이후 이어진 크고 작은 여진도 최근 들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점차 횟수가 줄어들고 있고, 여름 내내 많은 회사원들과 고령자를 열사병에 시달리게 했던 절전에 대한 걱정도 가을이 다가오면서 확실히  부담이 덜해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절전운동으로 빛을 잃었던 상점가나 번화가도 이전의 화려함을 되찾기 시작해, 주말이면 여느 때와 같이 수많은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연휴에는 관광지가  디딜  없이 붐비기도 합니다.

 

 이렇게 얼핏 보면 도쿄는 어느덧 이전의 생활을 완벽히 되찾고 있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켠에는 크고 작은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30 안에 관동지역부근에서 마그네츄드 7-8도의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87퍼센트라 예상했고,  30 안이라는 , 당장 내일이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런 예측과 함께 잦은 여진이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주위의 젊은 친구들은, 지진 이후부터 대부분 「ゆれくる」(유레쿠루)라 불리는 지진예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텔레비전 홈쇼핑에서는 지진에대비하여 가구를 고정하는 장치 등이 자주 방송되는 , 작은일상 생활에서부터 예측 할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려 한다는 점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띕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방사성 물질 문제는지진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      을 가장 크게바꾼  가지 요소일 것입니다특히나 모두가 여전히 신경을곤두세우고 있는 것은가장 직접적으로 신  체에 영향을 미치는‘먹거리’에 관한 문제입니다대부분의 제 주변사람들은 모든  재료를  때에 방사성 물질 노출  의 우려가 있는 지역이아닌지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합니다물론 정부측에서 유통이전에 철저  한 검역을 거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홍보하지만특히 아이가 있는 아주머니분들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기 마련입  니다평소 세세한 것에 신경 쓰지 못하는성격인  또한원전문제가 있고부터 최소한 식수는 수돗물보다는 생수  나 차를 사서 마시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다행히지금은 지진초기처럼 생수의 물량이 부족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없  어  불편함은 느끼지 않습니다.

 

 

원전반대운동에 참가한 사람들
원전반대운동에 참가한 사람들

이렇게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과 인간이 만들어 낸 환경문제가 사람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이것을 계기로 일본시민들은 점차 직접 거리로 나서거나 책을 발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부측에 원자력 발전소 폐지를 요구하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일요일에도,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신주쿠 역앞에서 젊은 학생들부터 고령자, 외국인 유학생들까지 일본 각지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수천 명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やめろデモ」(원자력 발전소 그만둬 데모)라는 행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마침페이스북을 통해 친구가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도잠깐 현장에 가서 분위기를 체험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여러 대형 미디어에서는 크게 보도하지 않은  합니다. 그러나 대지진이라는  사건을 경험하며,  동안 얌전하고순응하기 쉽다고만 알려져 왔던 일본시민사회 내부에서도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전력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있었습니다.





 

이처럼 먹거리에 대한 걱정앞으로  언제   모르는지진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세금증가가능성  크고 작은불안감이 마음  켠에 자리하고 있는 지금일본사람들은이럴 때일수록 밝은 얼굴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뉴스로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매우 노력하고 있습니다요즈음 일본에서 유래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자축구 일본대표팀「なでしこジャパン」(나데시코 재팬)위축된 사람들의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어  대표적 아이콘  하나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세계 강국과 겨루어 꿈과도 같았던 전승 승리를 이끌어  '나데시코 재팬' 보며막막해 보이기만 하는 대지진 복구를 향해 힘을 합쳐 노력해 나갈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이와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얼마   여자축구 일본 대표팀은 스텝 포함 전원이 일본 총리대신의 표창인‘국민영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 8  '나데시코 재팬' 올림픽 본선 진출이 결정되면서 한번 일본 사회는 축제분위기에 들떠있습니다지진  6개월이 지난 지금일본사회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감 속에서도 「がんばれニッポン」(힘내라 일본)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서로가 함께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여담이지만지진  결혼을 결정한 커플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도,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모습  하나가 아닐까요다음 글에서 자세하고 다양한 일본의 일상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

     
     고령화와 일본사회  
         '아날로그' '디지털'이 공존하는 일본 2011.09.28
       
         지난 19 <경로의 날>을 맞아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과거 최대인 2980만 명을 기록해, 일본 총인구 비율 중 무려 23.3% 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익히 ‘장수(長壽)의 나라’로 알려져 여러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던 일본이지만, 202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노인대국’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현재 일본사회는 고질적인 ‘저출산 고령화’가 급 진전하면서, 이에 따라 발생하는 갖가지 경제적,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교환학생으로서 학생들 틈에서만 생활하던 2007년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다시 일본을 찾은 지금 비교적 다양한 사람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이곳 도쿄에 정말 많은 노년층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곤 합니다버스를 타고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가끔 나 이외의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나이 드신 어르신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얼마 전까지 일을 도왔던 일본의 한 한일교류 단체 또한 회원 대다수가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이었으며젊은이의 거리라 불리는 곳을 제외하면 길거리를 걷다 마주치는 10명 중 3-4명은 노년층이 아닐 까 싶을 정도로일본사회의 고령화는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소니’. ‘파나소닉’ 등의 유명 전자 제품과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게임산업정교한 로봇기술공상과학을 다룬 애니메이션 등이 주는 선진 디지털 대국 일본의 이미지와 달리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사람들이 의외로 아직 많은 부분에서 ‘아날로그’적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것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고령인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단체의 경우에도 운영진과 회원들 모두 대부분 50대 이상의 어른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업무의 대부분이 인터넷이 아닌 팩스와 엽서우편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특히 단체 주최의 이벤트 등을 한달 전부터 미리 몇 십 명의 회원들에게 한 장 한 장 엽서를 보내 알리고회원들이 보내온 의견이나 감사인사가 정갈한 손 편지에 담겨 매일 아침 도착하는 것을 보는 것은인터넷과 핸드폰 문자가 익숙한 저와 같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야후 재팬
사진출처- 야후 재팬


또한 이렇게 노년층이 주류인 곳이 아니더라도대부분의 업무가 디지털화되어 있는 대기업에서조차 곳곳에서‘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워드프로세서 작성이 일반화 되어있는 한국과 달리일본의 이력서는 반드시 깨끗한 손 글씨로 정성 들여 적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일본 대형 방송국 기자로 활동하는 선배의 말에 따르면,취재요청을 할 때에는 반드시 미리 여유를 두고 우편으로 정중히 자필 편지를 보내는 것이 기본 적인 예의라고 합니다어쩌면 디지털이 가진 속도와 편리함보다는아날로그에 담긴 정성과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이런 작은 것에서 엿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東電荒川線 홈페이지
사진출처 : 東電荒川線 홈페이지

하지만 이 느긋함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외국인들특히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친 덕에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IT 환경 속에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에게이러한 일본사람들의 모습은 때로는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때로는 조금 구시대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일본의 공공기관에서 인턴근무를 하던 한 미국인 친구도 ‘이 나라는 편리한 이 메일을 두고언제까지 느려터진 팩스를 사용할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린 적이 있는데요저 또한 한국에 비해 느린 속도의 일본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친구에게 불평을 한 가득 늘어놓기도 하고걸어가는 것보다도 천천히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시간에 쫓길 때면,가끔은 ‘곡예’에 가까운 속도를 자랑하는 서울의 버스가 한없이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등교 길에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골목을 누비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요즘은,이러한 ‘느림의 미학’이 반대로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이곳 특유의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딸랑딸랑 하는 벨을 울리며 도로 사이를 유유히 달리는 작은 노면전차나미끈한 빌딩 숲 사이에서 몇 십 년 째 개업 당시 모습과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단골손님들을 맞는 낡은 가게들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백화점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지나는 집 앞 작은 야채가게에 손으로 대충 적은 듯한 아기자기한 팻말들정류장에 적혀진 종이 시간표에 따라 한 시간에 두 세대 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옹기종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저녁 장보기를 마친 엄마들이 앞뒤로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유로운 풍경 들은어쩌면 디지털 시대에 혼재해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는 멋스러움이 아닐까요.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도심 속에서 발견하는 이런 한적한 풍경을 일본의 매력으로 꼽고 있기도 하니 말입니다.

요즈음 일본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주목하여그 성공비결로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업무처리를 들며엄격한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일본의 기업들이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그러나 반대로 단시간에 이루어진 경제 성장 속에서 어떻게든 빠른 결과를 내는 것에만 조급해있던 한국인으로서는이렇게 며칠 걸려 도착하는 일본의 손 편지가 알려주는 여유를 한 번쯤 다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물론 발 빠른 혁신을 자랑하는 한국과 기다리는 아름다움을 아는 일본이 이렇게 서로가 가진 매력을 배워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한일축제한마당'과 한류


'마음을 여는 계기'를 만드는 문화  2011.10.12



지난 10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일본의 번화가 록본기힐즈 한복판에서는 ‘한일축제한마당(日韓交流お祭り) 2011 in Tokyo’가 개최되었습니다‘한일 양국의 사람문화미래를 잇는다’는 슬로건 하에 진행되는 이 행사는 올해로 도쿄에서 3회 째를 맞이했는데요특히나 올해는‘신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해라 더욱 주목 받기도 했지만그 뿐만 아니라 일본의 수많은 사람들이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큰 고통을 겪은 해 인 만큼그들을 위로하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자는 의미도 포함되어어느 때보다 더 각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개막 전날인 9월 30일에는 한국의 국경일과 한일축제한마당의 개막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의 리셉션 파티가 있었습니다지인의 초대로 함께 참석한 저도 신각수 주일대사님과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님일본의 겐바 코이치로 외무대신 등을 눈 앞에서 보는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특히 이 날 축사에서 일본의 겐바 외무대신은 자신이 오랜 기간 한국 영화에 빠져있는 팬임을 자처하며 다수의 작품 제목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등 한국영화에 정통한 면모를 보여 연회장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개막 둘째 날인 일요일, 늦은 오후 쯤 잠시 찾은 한일축제한마당 행사장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는 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중앙 무대에서 펼쳐지는 국악밴드와 사물놀이 공연이 행사장의 흥을 돋우는 한편다른 부스에서는 한국의 전통놀이인 제기차기와 투호를 체험하는 어린이들이나, 눈을 반짝이며 한국요리 강좌를 듣는 아주머니들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젊은 학생들로 북적대는 모습을 보며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본의 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친숙하게 파고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후지테레비 홈페이지
출처- 후지테레비 홈페이지


실제로 지난 1년간 현지에서 체감하는 한국문화의 인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주부들이 주로 시청하는 낮 시간의 공중파는 한 채널에 한국드라마가 2~3개 연속으로 편성되어있을 정도로 중년 여성들 사이의 인기야 여전하지만최근 들어 ‘신 한류’라 불리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나 한국의 식문화 등에 남녀를 불문한 젊은 층도 크게 관심을 보이면서특히 수많은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팬을 자처하고 나서 방송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덕에텔레비전을 틀면 쇼 프로에서 한국 이야기가 나오거나 한국 배우가 출연한 CF가 방송되는 것이 매우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도쿄 안의 작은 한국이라 불리는 코리안 타운 ‘신오오쿠보’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평일에도 한국음식을 파는 가게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이제는 인기 절정의 관광명소중 하나입니다.



이런 ‘한류’가 일본에서의 한국인식을 크게 전환하고 한국에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그 어떤 능력 있는 외교 사절도 이루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평가는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이렇게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 문화가 가진 힘이 재조명 되면서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소프트 파워’나 ‘문화 외교’라는 이름 아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의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기도 하고한류가 가져온 수익이 어마어마하다는 분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면서 이 기회를 노린 수많은 업체나 사업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한류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지요.

그러나 경제적 가치나 정책적 가치로 환산하기에 앞서그 어떤 것 보다 문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마음을 여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닐 까 합니다제 주위 분들을 보아도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인생의 큰 절망에 빠졌을 때 한국 드라마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은 것을 계기로일본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계신 일본의 아주머니나몇 십 년 전 처음 접한 ‘삼계탕’의 맛에 반하여이후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일간의 역사를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 일본사회에 알리기 위해 앞장서시는 일본 시민운동가 분우연히 읽은 시인 윤동주의 시에 감동을 받아 그의 슬픈 생애를 알게 된 후일본에 의해 고난을 겪었던 아시아 사람들을 마음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일본의 윤동주 연구자 분 등,각자 그 시작은 다르지만 문화를 계기로 한 작은 울림이 처음으로 타국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것 만큼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출처- 한일축제한마당 홈페이지
출처- 한일축제한마당 홈페이지


이렇게 일본에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불렸던 한국과 일본이 문화를 통해 지리적 거리뿐 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일본에 있는 유학생으로서 무엇보다 기쁘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이 기회를 이용해 한국을 더욱 활발히 소개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그 사랑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 나라에 대한 이해와 상호간의 관심으로 넓혀가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문화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주고받으면서 풍성해 지는 것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한일 축제 한마당이 매년 한 곳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열리는 것의 의미는 더 뜻깊다고 할 수 있겠죠오늘도 두서 없는 말을 늘어놓았습니다만다음 번에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