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만 했던 제주도의 2박 3일 - 김은비(명지전문대)

제주도에서 일본 친구들을 처음 만났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문화 교류를 하고 싶던 차에 문화교류와 봉사활동까지 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기에 신청을 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일본어 공부를 관둔지도 수년이 지났고 그것도 깊이 있게 공부를 한 것이 아닌지라 신청을 할 때부터 걱정이 많이 되었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일본 친구들이 한국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하고 있는 중이라 한국어를 너무나 잘해서 만나자마자 걱정은 사라졌다.

 

첫째 날, 용두암에 들러 조별로 사진을 찍고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한국인은 일본어로, 일본인은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했는데 결국 마지막엔 전부 한국어로 했던 것 같다.

둘째 날, ‘까망낚시’라는 제주도 바다낚시를 했는데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아쉬웠다.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더니 삼다도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낚시를 하고나선 무밭에 뽑혀 있는 무를 자루에 담는 활동을 했다. 무를 뽑는 것도 아니고 뽑혀있는 걸 옮기는 것이니 별로 안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보기보다 힘들었다. 덥기도 덥고 발은 푹푹 빠지고 신발과 바지가 온통 흙으로 더러워졌다.

 

셋째 날, 세계문화유산인 만장굴과 성산일출봉을 견학하고 공항에서 각자 수속을 마친 뒤 헤어졌다. 길거라 생각했던 2박 3일이 너무 한순간 같고 아쉽게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정말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정말 많이 일본에 대해 친밀감이 생긴 것 같다. 밥 먹을 때, 한국의 문화가 좋아서 일본보다 급여가 적은데도 일부러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스텝분의 말을 듣고 괜히 고마웠다. 그 외에도 종종 한국이 좋아서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고마우면서도 자랑스럽고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또, 나도 그렇고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스펙과 시간에 쫓기고 있는데 여러 일본에서 온 언니들의 얘기를 들으면 일본에선 훨씬 한국보다 여유를 가지고 사는 듯해서 부러우면서 한편으론 씁쓸했다. 우리나라 20대는 너무 슬픈 것 같았다.

 

그리고 밤에 과자를 펴놓고 술을 마실 때면 정말 술은 국적을 뛰어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다 같이 복분자주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거나 감귤막걸리를 마시며 즐거워하고 사케 얘기를 하고 역시 술은 만국인의 공감아이콘인가보다.얘기를 하다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은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가 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약속을 잡으려면 다 같이 수첩을 꺼내서 아르바이트 일정을 체크하고 약속을 잡는다고 했다. 부모님께 돈을 받는 것도 ‘받는’ 개념이 아니고 ‘빌리는’ 개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용돈을 ‘받는’ 개념도 익숙한데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 만난 언어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른 우리들. 처음 제주도에 도착할 때만 하더라도 혼자 오는 봉사활동에다 낯가림이 심해 걱정이 많았는데 같은 조 은지언니, 은정언니, 은선언니, 같은 방이었던 하나요언니, 미카언니도 정말 옆집 언니처럼 챙겨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더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2박3일은 너무 짧았던 것 같아서 아쉽다. 정말 값지고 소중한 친구들을 알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