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외교, '징집된 성노예' 표현 쓰며 日 작심 비판(종합) 2014-03-05
유엔 인권이사회 참석한 윤병세 장관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윤병세(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왼쪽은 최석영 제네바대표부 대사. |
연설 절반을 '위안부 문제' 할애…국제공론화 주도
'고노담화 검증' 일본 압박 강화…책임인정.해결 촉구
(제네바·서울=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강병철 기자 = 한일관계의 토대인 고노(河野)담화 수정 움직임까지 보이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전례 없이 강경하게 일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우리 외교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무대에서 명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면서 일본을 조목조목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윤 장관은 영어로 진행된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comfort women(위안부)'이라고 지칭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군에 의해 징집된 전쟁 성노예 희생자(victims of wartime sexual
slavery drafted by the Japanese imperial armed forces)'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면서 영어로 '징집(draft)'이란 단어를 쓴 것은 드문 일로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듯한 일본의 태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윤 장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의 절반가량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할애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특정국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것이 관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 장관의 이번 연설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우리 정부의 대일 대응 수위가 한 차원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윤 장관은 연설문에서 일본의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과 관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짓밟는 것", "반인도·인륜적 처사", "지난 20년간 유엔 인권 메커니즘이 일본 정부에 수차례 요청한 것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면서 대놓고 비판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여성 성폭력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이중적 태도"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윤 장관의 고강도 대일 비판은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한계를 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정책 등을 사과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함께 한일관계의 기본 토대인데 일본이 이런 토대까지 무너트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고노담화 재검토 움직임에 대해 "역사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라는 메가톤급 도발 이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숙해야 할 일본이 오히려 고노담화 흔들기에 나선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 문제로 여러 나라가 해당하며 유엔도 그동안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은 국제무대에서의 우리 정부 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2차 대전 중에 저질러진 최악의 인권 침해 사건인 잊혀진 홀로코스트(forgotten holocaust)를 폭로한다. 일본은 전쟁범죄에 책임을 지고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네덜란드 출신 호주인인 오헤른 할머니의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 증언도 소개했다.
또 유엔 차원에서 일본의 책임 문제를 그동안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1996년 쿠마라스와미 및 1998년 맥두걸 유엔 특별 보고관 보고서는 "폭력과 납치, 강제 그리고 기만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성노예화 했다"고 결론낸 바 있는데 이런 보고서를 거론하면서 일본의 고노담화 검증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사 부정 행태를 보여 온 일본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rhew@yna.co.kr,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