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의 중심인 아소산이 있는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성, 아소산이라는 아주 명료한 지식만을 가지고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것도 잠시 구마모토현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탔다. 우리는 표를 사서 내릴 때 표를 냈지만 일본의 교통은 후불 방식이다. 내릴 때 카드로 계산하거나 기사가 보는 앞에서 돈을 직접 낸다. 뒤를 돌아보니, 좌석 맨 뒤쪽에 화장실도 있었다.위를 보니 버튼이 있었다. 자신이 내릴 곳에서 그 버튼을 누르면 된다. 우리나라도 고속버스 목적지 중간에 정류장이 있어 내릴 수 있지만 버튼은 없다. 그리고 좌석 앞에는 파란 비닐봉지가 한 개씩 놓여있었다. 쓰레기 봉지이다. 또한, 창문 커튼 단추가 있어 빛을 차단할 수 있게 해놓았다. 버스 안에서 일본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구마모토에 도착하여 구마모토 국제교류회관에 들려 가이드분을 따라 구마모토성 주변과 구마모토 시내를 돌았다. 구마모토성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그 주변의 풍경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시내에는 ‘쿠마몬’이라는 구마모토의 캐릭터가 눈에 띈다. 지갑에서부터 여러 종류의 굿즈가 나열되어 있는 기념품 집은 눈길을 끌었고 쿠마몬 체조 노래도 흘러나왔다. 그러다 인형탈을 쓴 쿠마몬을 방송하는 취재진들도 보았다.
구마모토현하면 쿠마몬이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부랴부랴 구마모토 국제교류회관에 다시 모여 오늘의 일정인 홈스테이의 가족분들과 만났다. 내가 홈스테이하게 된 집은 나가노상 부부 집이었다. 나가노상 부부 집은 우리나라 아파트와 비슷한 맨션 집이었다. 나가노상네 집 문 앞에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있었다. 일본 드라마에서 많이 본 복도가 긴 일본식 집이었다.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부엌이 특이한 형태였고 목욕탕과 화장실이 나뉘어져있었다.
나가노상 부부는 우리에게 ‘모치나베’를 저녁으로 대접해주셨다. 역시 일본은 한국과 달리 같이 한 그릇 푸짐하게 해놓고 여럿이 숟가락으로 떠먹는 문화가 아닌 자신이 필요한 만큼 덜어 자신의 그릇에 담는 식의 식사였다.
나가노 미지오씨는 한국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으셨다. 한국에도 여러 번 오시고 아리랑도 정말 잘 부르시고 한국말도 잘하신다.한국어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시다. 가져온 선물 중 한국 김을 정말 좋아하셨다. 한국 김은 일본 김과 달리 부드럽고 맛있고 밥과 같이 먹을 때 젓가락으로 잘 잡혀 먹기 편하다고 하셨다.
나가노 미지오씨가 구마모토의 야경을 보여주시겠다고 하며 옥상으로 안내하셨다. 야경을 구경하다 옆에 있는 길쭉하게 생긴 창문 없는 건물에 대해 물어봤다. 주차장이라고 한다. 지하주차장이 많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건물 형태로 길쭉하게 주차장을 지어 컨베이어벨트 형식으로 차를 꺼낸다고 한다. 별거 아닌 것에도 정말 큰 문화차이를 느꼈고 신기했다.
다음날, 짧고 아쉬운 홈스테이를 끝내고 딸기농장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별로 내리지 않았는데 딸기를 따러 들어간 비닐하우스에서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다. 비록 비가 와 축축한 느낌이 계속 들었지만 농장체험을 해본 적 없어 그런지 새로운 경험이었다. 중간에 점심으로 말고기가 든 카레를 먹었다. 일본이여서 그런지 농장체험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이 날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아소청소년교류의 집’.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곳이다. 주의사항도 있고 뭔가 엄격하고 각 잡힌 느낌이 들어 괜히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첫날은 우리밖에 없어서 그런지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했다. 비록 우리가 간 날은 무척 추워 체조는 못했지만 식사시간이나 목욕시간은 지켜야 했고,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로 이불과 베개를 커버로 잘 감싼 뒤 사용해야 했다.
일본사람들은 신년이나 연말, 혹은 특별한 날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빌거나 부적을 산다고 한다. 우리가 간 아소신사에도 일본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소신사에서 ‘오미쿠지’를 하였다. 신사에서 간단하게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이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오미쿠지는 셀프로 100엔을 지불하여 제비를 뽑음으로써 양심과 함께 100엔을 넣고 점을 보는 방식이다. TV를 보면 거의 대길이 나오길래 대길이 많을 줄 알았는데 대길을 뽑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부적을 파는 곳에선 여러 종류의 부적이 나열되어있다. 교통안전부터 돈이 들어오는 부적, 합격부적, 취직부적... 나는 취직합격부적을 하나 구매했다. 또한, 그 옆에는 연기와 함께 불로 뭔가를 태우고 있었다. 가이드분인 리에상 말에 의하면 1년 동안 집안에 걸어두거나 놓아둔 물건을 한해가 다가고 태우는 의식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신사의 여러 행사는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소청소년교류의 집에서 마지막 날이다. 항상 뷔폐식으로 깔끔하게 나왔던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고 자신이 쓴 커버를 모아 내고 검사를 받고 아소중앙고등학교로 갔다. 처음엔 아소중앙고등학교 학생회 학생들과 만났다. 그들은 자신의 학교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를 하였다. 2개의 학교가 하나로 합쳐져 지금의 아소중앙고등학교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간 곳 쪽은 비즈니스과였던 걸로 기억한다. 간단한 소개 뒤, 2명내지 3명씩 짝을 지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이야기한 학생이 했던 질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한국에서 수능 볼 때 지각하는 사람은 경찰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걸 뉴스에서 봤는데 사실인가요?’ 이었는데 무척이나 자세히 알고 있어 놀랐을 뿐만 아니라 뉴스에 나올만한 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일본은 부활동이 한국보다 활발하고 그 수도 많다. 우리는 아소중앙고등학교 검도부 학생들과 만나 그들에게 검도를 배웠다. 특히 주목했던 건 전국 검도대회 1등인 여학생이 있다고 했다. 역시 전국1등답게 남다른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맨발투혼을 보이며 우리에게 누가 먼저 때렸는지 맞춰보라며 재미있게 검도 퀴즈도 냈다. 드디어, 직접 검도복을 입고 목도를 쥐었다. 여학생들은 친절하게 가르쳐주며 검도의 기본을 가르쳐줬다. 머리, 허리, 목 치는 걸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검도 연습을 하는 그들이 자랑스러워보였다. 한국의 과자를 선물하니 정말 좋아했다. 시간이 짧았던 게 정말 정말 아쉽다.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우린 아소산으로 향했다. 비록 그 당시, 아소산이 위험해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만큼 웅장했고 광대한 느낌이 들었다. 짧게나마 아소산 주변을 구경하고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구마모토로 향했다.
말로만 듣던 게스트하우스에는 여러 시설이 갖추어져있었다. 컴퓨터는 물론 냉장고, TV까지. 우리가 묵게 된 곳은 다다미형식으로 이불을 깔고 자는 방식이었다. 이곳도 커버를 이용함으로써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구마모토. 일본을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4박5일 동안 체험한 구마모토는 예전에 간 오사카와는 달리 깔끔하고 여유가 있고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문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어디를 가나 ‘쿠마몬’이라는 캐릭터로 구마모토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 체험활동 후 일주일 넘게 일본의 여러 현을 다녔지만 구마모토현처럼 푸근한 느낌인 곳은 별로 없었다. 체험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 차이도 느꼈지만 반면, 일본분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느낄 수 있어 기뻤다. 세심한 배려와 소박한 재미가 있는 구마모토에 또 한 번 가고 싶다.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실시한 봉사체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