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01년엔 美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 협박"
전쟁포로 출신 "뉴욕총영사가 '경제관계 끊겠다' 서한"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동해병기 법안을 놓고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를 협박했던 일본 정부가 지난 2001년에는 전쟁포로 보상문제와 관련해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를 협박했던 것으로 7일(현지시간) 드러났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붙잡혀 강제노역 생활을 한 에드워드 잭퍼트씨는 지난 6일자로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은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전쟁포로에 대한 공식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무산시키려고 버지니아주에서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잭퍼트씨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주 하원의 운영위원회는 2001년 일본 정부로 하여금 2차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가 돼 비인간적 처우를 받았던 미국인들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공동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본회의에 상정된 결의안은 계속 심의가 지연됐고 그 과정에서 주미 일본대사관 소속 뉴욕총영사는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와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만일 결의안이 통과되면 웨스트버지니아와 일본 사이의 긍정적인 협력과 견고한 경제적 교류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잭퍼트씨는 "일본은 웨스트버지니아의 석탄과 철강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일본의 경고는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 상·하원 어느쪽도 그 결의안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가 일제 때의 역사를 옹호하고 전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경제적 협박을 쓰는데 익숙해 있다"고 지적했다. 잭퍼트씨는 미국 육군 항공대 기술병으로 있던 1942년 5월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일명 '지옥선'으로 불리는 수송선을 타고 일본에 끌려갔다. 이어 미쓰이, 신일본제철, 쇼와 덴코, 니신 등 일본 기업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으며 강제노역 생활을 했다. 잭퍼트씨는 "미국과 연합군 포로들을 끌고가 강제노역에 이용한 일본 기업은 60개를 넘어서며, 대부분 지금도 존재하고 있고 버지니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중 어느 한군데도 강제노역 사실을 확인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버지니아인들은 한때 홀로코스트 학살에 사과하지 않는 프랑스 국영철도 회사인 케올리스가 왜 버지니아철도익스프레스(VRE)와 용역계약을 맺었느냐고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 (포로들을 강제노역시켰던) 스미토모와 가와사키, 미쓰이가 만든 열차가 버지니아철도를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일본기업의 '공장수용소' 환경은 나치 수용소의 비인간적 상황과 맞먹는다"며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일본의 위협에 맞서 주(洲)와의 계약을 원하는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산조사'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잭퍼트씨는 "어떤 주지사도 외국정부가 주 정부를 협박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매콜리프 주지사는 학교의 어린이들이 어떤 교훈을 배우기 바라는지 선택해야 한다. 지리명칭에 대해 합리적 대안이 있다는 것과 주지사가 협박에 흔들렸다는 것 중에 하나를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병기하도록 하는 법안은 6일 버지니아주 하원을 통과했으며 매콜리프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rhd@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