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차별을 멈추고 함께 살자!"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한 날 반한 시위가 열려 비난을 산 도쿄 도심에서 차별주의적인 언사의 중단을 촉구하는 '도쿄 대행진'이 22일 개최됐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해 흑인 민권운동의 시작을 알린 1963년 워싱턴 평화 대행진을 본뜬 행사다. 약 1천명에 달하는 참가자는 도쿄도 신주쿠(新宿)구 중앙공원 앞에 집결해 1시간 반가량에 걸쳐 일대 도심을 행진하며 다양한 민족이 공존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자체 진행 요원을 지정해 참가자가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유도하며 질서 정연하게 행진했다. "친하게 지내요", "도쿄는 민족차별주의에 반대한다", "차별 철폐" 등의 팻말이 등장했다. 극우단체인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이하 재특회)이 도쿄 한국학교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을 의식한 듯 "어떤 아이든 우리 아이"라고 쓴 푯말도 눈에 띄었다. 일부는 단체로 악기를 연주하거나 랩을 선보이며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고 꽹과리 등 한국 전통악기도 선보였다.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참가자가 한데 섞여 행진했으며 평화·공존을 상징하는 풍선, 깃발 등이 등장했다.
행진에 참가한 이쿠모리 요코(39·여·회사원) 씨는 재특회 등이 주도하는 반한 시위에 관해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차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행사가 열려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된 이달 8일에는 재특회가 신주쿠구 오쿠보(大久保) 공원 일대에서 '도쿄 한국학교 무상화 철폐 집회'를 열었고 이에 반대하는 시민이 근처에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중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sewonle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