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김구라, 자주 오니…마음 느껴져"

경향신문 (입력 : 2012-05-14 11:17:17수정 : 2012-05-14 16:02:09)
위안부 할머니들 "김구라, 자주 오니…마음 느껴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김구라(42)에게 몹시 화가 났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째 ‘나눔의 집’을 찾아오자 참회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구라는 부인, 아들과 함께 나눔의 집을 매주 한 차례 찾기도 했다. 

13일 김구라를 만나기 위해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안신권 소장은 “11일 김구라 씨가 전화해 사무실 일도 바쁜데 취재진들의 전화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며 일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혹시 기자들이 취재 올 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에 부담을 느꼈는지 토요일인 12일 2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지난 달 16일 방송에서 하차한 그는 지난 4월22일부터 매주 일요일 위안부 할머니 8명이 모여 사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12일에는 고등학생과 독도관련 단체 등 200여명의 관람객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었지만 김구라는 시선을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2시간 동안 입구에 부처님오신날 봉축등을 달았다. 

이날 김구라는 지인 2명과 동행했다. 김구라는 같이 온 지인들에게 꼭 ‘일본인 위안부 역사관’을 보고 가라고 권했다고 한다. 나눔의 집 옆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는 국내외 일본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록과 역사 자료가 전시돼 있다. 

안 소장은 “같이 온 사람들에게 꼭 역사관을 봐야한다고 이끌었다. 내가 그분들을 데리고 직접 설명을 해줬고 30분 동안 관람했다. 지난 번 아들 동현이가 왔을 때도 김구라씨가 역사관을 함께 봤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2002년 ‘딴지일보’의 인터넷 방송 <시사대담>에 출연해,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윤락여성들이 경찰 단속에 반발해 집단 침묵시위를 벌인 데 대해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이런,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4월16일 “대중이 TV에 나오는 제 얼굴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김구라는 이틀이 지난 18일 ‘나눔의 집’에 연락해 직접 찾아가 사죄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했고, 22일 8명의 할머니 앞에서 무릎꿇고 사과하고 봉사를 하고 돌아갔다. 28일에는 아들 동현군과, 지난 6일에는 아내와 동현군과 동행해 잡초를 뽑고 생활관 청소를 하고 돌아갔다. 매달 10만원씩 3년간 후원금도 약정했다. 

안 소장은 “8명의 할머니들이 처음부터 반긴 건 아니다. 어떤 분은 역사를 몰라서 한 말이니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혼내기도 했지만 진정성이 보이면 포용해주는 거 아니냐. 봉사가 계속되면서 화도 많이 누그러지고 친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일출 할머니(84·사진)는 김구라의 발언을 듣고 “처음엔 속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머리에 똥이 들었다고 생각할 정도의 막말을 했다. 절은 안 해도 그만이지만, 그렇다고 했던 말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 역사를 몰라서 한 말 아니겠나. 말로만 비단 장사 노릇을 하면 안 되는데 계속 오니까 마음이 느껴지더라. 아들도 데리고 오고 아내도 데리고 오는 것 보니 많이 깨달은 것 같다. 나라를 지킬 젊은 사람인데 용서해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