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에서 보낸 길고도 짧았던 16주 ! / 정지은(동남보건대 3학년)

 

일본 구마모토에서 보낸 길고도 짧았던 16주 ! / 정지은(동남보건대 3학년)

 

2012년 2차 해외인턴십으로 구마모토에 다녀왔습니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였지만, 예전부터 일본에서 생활을 해보는 것이 꿈이기도 했고, 제 전공인 일본어를 맘껏 사용할 수 있으며, 일본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해외에서 한달 정도는 생활해 본적이 있었지만, ‘4개월’ 일년의 3분의 1이란 오랜 기간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막상 가려고 하니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구마모토라는 지역은 처음 들어봐서 구마모토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몰라서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규슈 관련 책을 읽으며 구마모토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10월1일, 일본 구마모토로 향했습니다. 도착해서 느낀 구마모토의 첫인상은 ‘한국의 시골’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보인 풍경이 한국에서 많이 보던 풍경과 닮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구마모토는 지하철이 없고, 대신 노면전차가 있어서 노면전차를 보고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구마모토 시내를 걸으면서 앞으로 펼쳐질 16주간의 일본 생활을 상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0월 2일부터 한달 간은 구마모토시 국제교류회관에서 어학 연수를 받았습니다. 조마다 한국과 관련된 주제를 정해서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형태였습니다. 이 발표를 통해서 여태 모르고 있었던 ‘한국’, 알고 있었지만 쉽게 지나쳤던 ‘한국’, 한국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 하이쿠, 서예, 다도, 기모노 체험 등을 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인턴 생활을 위한 준비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어학연수가 끝나고 제가 일하게 된 곳은 ‘현민백화점 2층 VICKY&MAYSONGREY’였습니다.

인턴처가 백화점으로 배정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여태껏 학교 현장실습 말고는 제대로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일의 시작을 백화점에서 ‘판매’라는 크나큰 장애물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첫날에 경어와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과연 내가 여기서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매장에 투입되었지만,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어려워서 매장 분들이 접객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점장님께서 이런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 이 옷은 이렇게 설명하면 된다며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하지만 ‘판매’라는 부담감은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객’. 접객에서 가장 중요한 ‘경어’.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더욱 더 제 자신을 압박해왔습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웠던 경어도 문제였지만,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옷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평소 한국에서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일본어 시험과 관련된 단어만 외웠지, 옷과 관련된 용어는 공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도 많아서 매장분들께 물어보고, 학교 교수님께도 연락해서 물어보며 하나하나 익혀갔습니다. 의외의 복병도 있었습니다. 바로 구마모토 사투리였습니다. 국제교류회관에서 잠깐 배우긴 했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들어보니 배웠던 것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사투리 또한 매장분들께 물어보면서 다시 익혀갔습니다. ‘판매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제가 처음으로 판매를 성공했을 때는, 정말 기뻐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때의 감정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처음엔 서있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매일 아침 다리에 쥐가 나서 잠이 깨고, 판매라는 일이 어려워서 쭈뼛쭈뼛 거리며 어떻게 할까 옆에서 망설이던 저였지만, 일이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6주라는 시간이 지나 인턴생활의 끝을 맞이했습니다. 일본에 갔다 오기 전에는 16주라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나보니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곳 중에서 하필 백화점으로 배정 받았다고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느끼며, 처음에 투덜거렸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이국에서 온, 아무것도 모르는, 실수투성이인 저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며 차별 없이 대해주신 우리 매장 분들, 백화점 분들, 그리고 구마모토시 국제교류회관 모든 분들,인턴십에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아직 부족한 저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번 인턴십은 사회인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구마모토에서 보낸 16주라는 시간 동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수없이 많이 사용했던 「すみません」은 지금도 입에서 떠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무심코 튀어나오려고 합니다. 그만큼 일본에서 보냈던 생활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일본 구마모토, 현민백화점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제 2의 고향이라 칭할 수 있는 ‘구마모토’.기회가 된다면 다시 구마모토에 놀러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