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를 공부했던 4개월간 / 최수빈(배화여대)
처음 ‘구마모토’에 간다고 들었을 때는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지명이였다. 그렇게 걱정 반 설렘 반을 안고 구마모토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마모토에 도착해서 느낀 구마모토의 첫인상은 ‘무더위’ 였다. 역시 남쪽 지방에 위치한 만큼 엄청 더웠다. 9월 첫 달은 혼자서 살기로 되어 있었기에, 9월 달은 정말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 일본은 쓰레기 버리는 규칙도 까다롭고 해서, 첫 달인 9월 내내 일본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신경을 썻던 것 같다.
9월 달에 바로 구마모토 국제교류회관에서 인턴을 하게 된 나는, 도착한 다음 날, 교류회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초급일본어 교실을 돕는 것 부터 시작했다.
초급일본어 교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1주일간 스파르타 식으로 일본어 기초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였다. 특히 영어권, 중국어권 분들이 많았는데, 영어와 중국어에는 조사의 개념이 없어서, 그 조사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나마 한국은 조사가 있고, 그 쓰임도 일본어와 비슷해서, 금방 이해할 수 있었지만, 조사가 없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일본어의 조사를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거기에다, 내가 들어간 초급일본어 교실에는 불어를 사용하는 외국분이 있어서, 영어로 찾아서 일본어로 설명하랴, 불어로 찾아서 다시 일본어로 설명하랴, 바빴던 것 같다.
그리고 전회 인턴분들이 하셨던 중학교 발표를 하게 되었다. 갑자기 맡은 일이라 허둥댔지만,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한국에 관한 발표를 하는데, 모두들 잘 들어줘서 너무 기뻣다. 이런 발표를 하러 학교 등을 방문하는 일은 4개월 간 몇 번인가 있었는데, 덕분에 내가 더 우리 나라에 대해 자세히 공부를 하게 된 것 같다.
국제교류회관에서는 외국문화 교류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가졌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아시아마켓이였다. 다양한 아시아권 나라들이 부스를 만들어서 그 나라의 물건, 먹거리 등을 판매했다. 나는 거기서 한국부스에 자원봉사로 참가해서, 직접 판매도 해봤다. 이번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른뿐 만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 까지도 한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자원봉사를 끝낸 이 날은 처음으로 기모노도 입어보고, 차도 체험을 하는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다.
10월 달에는 인턴 대신 일본어연수를 받았는데,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꾸며져 있어 지겹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선생님들도 적극적이시고, 밝으셔서, 수업을 받는 입장으로써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연수 중 쉬는 날에는 구마모토 성, 아소산 등을 갔다. 구마모토에서 살면서 유명한 곳도 가보고, 직접 체험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게다가 구마모토 시청에서 받은 패스를 사용하면 유명 관광지 중 몇 곳은 무료 입장도 가능해서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던 것 같다.
일본어 연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하이쿠’였다. 우리나라의 시조와 비슷하게 진행 되는 단편시 형식였다. 다양한 비유를 생각해서 그걸 다시 일본어로 표현하기란 참 어려웠다. 한국어로는 말이 되지만, 일본어로는 말이 안되는 경우도 많아서 가장 열심히 일본어를 배운 시간이 아닌 가 싶다. 역시 많이 닮은 듯해도 다른 언어였다.
그리고, 거의 매 주 있었던 ‘프레젠테이션 & 인터뷰’ 시간이 기억에 남았다. 늘 다른 주제로 일본사람들에게 가서 자신이 만든 자료를 직접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들 얼마나 친절하게 들어주시는지, 발표하는 입장에서도 편하게 발표할 수 있었다.
연수를 끝내고 다시 교류회관 인턴으로 복귀하게 된 나는 이 달에만 3번의 발표를 하게 되었다. 11일에는 열심히 준비한 세계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발표하기 전에, 원래 테마가 한국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 테마였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이 직접 한국의 궁중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요리를 만들면서 ‘한국 = 매운음식’ 이라는 공식을 깼던 것 같다. 일본사람들도 먹으면서 굉장히 맛있다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면서 좋아했다.
다 먹고 난 뒤, 발표를 시작 했는데, 다들 집중해서 들어줘서 발표하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였다. 그리고 질문을 받는 시간도 가졌다. 역시, 내가 대학생인 만큼, 참여한 일본분들이 어머님 세대인 만큼, 교육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그렇게 30여분의 짧은 발표가 끝나고, 다같이 정리하면서 음식과 문화 이벤트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다도체험을 했다. 웬만해서는 할 수 없다는 다도체험을 할 수 있어서 기뻣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다다미로 된 커다란 방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모두들 무릎을 꿇은 자세로 20여분은을 있는데,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무릎을 꿇을 일이 별로 없었던 지라, 끝나고 일어나는게 힘들정도 였다. 일본 차는 엄청써서, 차를 마시기 전에 반드시 단 과자 등을 먹는데, 너무 달아서 놀랐었다. 하지만 차를 마시고 나서, 달지 않았더라면, 절대 차를 마시지 못했으리라 확신했다. 일본 차는 옅은 차, 짙은 차가 있는데, 오늘 내가 체험한 차가 옅은 차였다. 짙은 차를 마시기 전에는 옅은 차 때보다 훨씬 더 단 과자를 먹는다고 한다. 차도체험은 일본인들도 별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시 한번, KIF에서 인턴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한 날이였다. 그렇게 여러 발표와 다양한 출장 등으로 바쁘게 11월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달인 12월 달을 맞이했다. 12월 달 초에 있었던 가장 큰 일은 대통령선거를 하러 갔던 일이였다. 일본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 대통령 선거 투표가 있어서 참여를 못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구마모토에 사시는 한국분이 도와주셔서 일본 후쿠오카에서 무사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있던 교류회관 연내 이벤트 중 가장 큰 이벤트인 year end party 가 있었다. 나는 접수처에서 처음부터 행사 막바지까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이 날은 외국인 일본인 합쳐서 약 300여명의 사람들이 회관에 모였다. 다양한 외국의 노래, 춤을 보면서, 외국 음식을 먹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 마지막 이벤트로 각 표에 적힌 번호를 추첨으로 뽑아서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가졌는데, 그 추첨을 무려 내가 하게 되었다. 그냥 뽑기만 하는 거였지만, 떨렸었던 것 같다. 약 30여명을 추첨해서 선물을 주고 다시 접수처로 돌아가서 선물을 주고, 인사를 했다. 이 날은 힘들었던 만큼이나 즐거웠던 하루 였다.
18일이 마지막 인턴일이였는데, 이 날에는 자유주제로 관계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12월 근무표를 받은 날부터 생각했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아 결국 발표 이틀전에서야 주제를 정한 나는 발표 2시간 전부터 발표를 위한 원고를 썼다. 마지막인 만큼 완벽한 발표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원고 없이, 발표자료를 보며 포인트만 생각하며 발표하는 스타일이였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결국 시간 관계상 원래대로 원고 없이 발표를 하기로 했다.
‘14일 데이’에 관한 발표를 했는데, 큰 실수 없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밤새 만든 프레지에 관한 평도 좋았기에, 마지막 발표를 멋지게 장식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나 말고도 같이 인턴을 했던 일본학생 2명의 인턴도 마지막이였기 때문에 다같이 인사를 하고 끝났다.
이렇게 크고 작은 이벤트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말은 잘 통하지는 않지만, 서로 웃고 즐기는 순간만큼은 그런 언어의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국제교류회관에서 인턴을 하면서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생각하는 방식이 좀 더 개방적으로 변한 것 같다. 여러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나를 좀 더 성장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인턴활동이 바로 그 자리가 아니였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