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1~23 한일 워크캠프 in 철원 동덕여자대학교 이가영
방학동안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교외활동을 알아보던 중 웹 카페에서 한일포럼에서 주최하는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다. 보통 내가 알고 있던 워크캠프와 달리 국내에서 진행하고 또 한일 양국 간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내게 아주 딱 맞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같은 과 친구와 함께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워크캠프라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친구와 함께 참가가능소식을 전해 들었다. 두근두근 첫 집합 장소인 노원의 태껸 수련관에 갔더니 오티 때는 없었던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오티는 참가했지만 캠프에는 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인친구들은 물론 태껸을 처음 접해보는 한국인 친구들도 많은 눈치였다.
나도 당연히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동작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혼자 기술을 연습할 때는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직접 사람에 기술을 걸었을 땐 깜짝 놀랄 만큼 어떤 무술보다도 힘이 넘치고 강했다.
태껸 수련을 마친 뒤 우리는 철원으로 향했다. 해가 진 뒤에야 도착했기 때문에 다른 일정 없이 두루미 평화관에서 준비해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같은 방 친구들과 담소를 나눈 뒤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이미 수확을 마친 오이재배 하우스의 뒷정리를 했다.
①처음 오이하우스의 모습 → ②줄기와 지지대를 분리하고 → ③깔끔하게 정리 끝!
하우스 봉사활동을 한 후 점심을 먹고, 멋진 병사의 설명과 함께 백마고지 전적비와 기념관을 보았다.
역사책이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백마고지를 눈 앞에 보며 설명을 들으니 전쟁의 상흔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백마고지 견학 후에는 옥수수 밭 정리 활동이 남아 있었지만 매서운 철원의 추위에 땅이 꽝꽝 얼어붙어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는 덕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저녁에는 이번 캠프의 베스트 캠퍼를 선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스트 캠퍼는 여자 방의 분위기메이커였던 쿄코상과 능숙한 일본어 실력을 가졌고 캠프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준명오빠가 각각 선정되었다.
캠프 마지막 날, 두루미를 보기위해 일찍 서둘렀고 우리는 민통선을 넘었다! 우리가 있던 두루미마을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통행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고 했다. 군데군데 초소가 있어 검문을 했는데 정말 이 곳이 우리나라의 북방한계선 부근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져 긴장되었다.
두루미가 먹을 수 있게 겨를 뿌려주고 철새기념관과 월정리역을 방문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일정으로써 떡메를 쳐보고 인절미를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 우리의 2박 3일의 캠프 일정은 끝이 났지만 캠프를 통해 만난 것을 계기로 한일 친구들 모두가 우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캠프를 통해 느낀 한일의 공통과 차이는 ?
1. 이 소리가 이상해?
학창시절 영어를 배우고 전공으로 일본어를 배우면서 신기하게도 같은 소리를 들어도 나라마다 다른 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느꼈다. 가령 개가 짖는 소리라면 같은 소리를 듣고 한국은 멍멍, 미국은 bowwow 그리고 일본은 ワンワン 이라고 말한다.
일본도 한국처럼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고 또 한국어의 발음과 많이 달라 그 단어의 느낌을 알 수 없어 외우는 데 고생을 했는데 일본 친구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태껸 수련관에서 진지하게 기초 스텝을 배울 때, 태껸 특유의 기합을 힘 있게 외치던 중 마코와 리카코 등 몇 일본친구들이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작이 우스꽝스러워서 웃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니 ‘이크 에크’ 라는 기합소리가 일본 친구들이 듣기에는 약간은 야한(?)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우렁차게 이크 에크 외치는 상황이 너무 이상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는 내막을 듣고 우리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성어 대란이 한 번 더 찾아왔다. 철새기념관에서 두루미 이름의 유래가 두루미의 울음소리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학(두루미)은 ツルツル 하고 우는데 왜 두루미? 왜 이 소리를 듣고 두루미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반문하는 일본 친구들 앞에서 나는 난감할 뿐이었다..
2. 기다릴까 일어날까
일본인들은 한국이 좋아 한국에 유학 온 친구들이고, 한국인들 또한 일본에서 지낸 경험도 있고 일본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의식적으로 서로의 문화에 거슬리지 않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 자리에서 밥을 먹다보니 왠지 눈치를 보게 되었다.
점심메뉴로 비빔밥이 나왔을 때도 내 기호대로 재료를 넣거나 지나치거나 할 때 내 뒤에 있는 일본친구가 나를 보고 똑같이 하려고 한다든지.... 가장 고민이 되었을 때는 밥을 다 먹고 난 뒤 바로 일어나 잔반을 처리하러 갈지 아니면 그대로 있다가 친구들이 다 먹고 나면 같이 일어날지의 타이밍 문제였다. 또래 일본인과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었다.
일단은 그냥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기다렸는데 몇 번 식사를 해보니 한국처럼 자기가 식사 속도가 느리다면 애써 다른 사람들 먹는 속도에 맞춘다든지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느꼈다.
3. 실뜨기, 도쿄타워?
둘째 날 저녁 모두 같은 방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중 베스트캠퍼 쿄코상이 방에서 실뜨기 재료를 가져왔다. 실을 동그랗게 이어 손가락에 끼우고 일정 모양을 두 사람이 번갈아 만들어 나가는 놀이. 이것이 내가 아는 실뜨기였다. 이게 일본에도 있는 놀이구나 하며 리나와 쿄코상이 실뜨기를 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일본의 실뜨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실을 이용해 혼자서 이 모양 저 모양을 만드는데, 그 중엔 도쿄타워의 모양도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유래한 놀이인지는 모르지만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양 국의 놀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4. 오빠 언니 누나 형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 느끼는 공통적인 것 중 하나가 호칭과 존칭에 관한 것이다. 서구권에서는 존칭이 발달되어있지 않아 그것을 처음 배울 때 신기해하면서도 복잡함에 머리 아파하다가 존칭에 익숙해지면, 또 자신이 그 존칭의 주체가 되면 새삼 존칭의 장점을 한국인에게 설파하며 그것을 즐기게 된다.
도쿄의 어학교에서 만난 스웨덴인 친구를 보며 느낀 점이다. 이 친구는 한국인 여자친구 때문에 한국에 왔고 2년의 시간이 흐르며 누구보다도 존칭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캠프에서 그 느낌을 또 받을 수 있었다. 일본말로 부를 땐 ~ さん,~ちゃん의 호칭을 썼지만 한국말로 부를 땐 오빠, 언니, 누나, 형 이렇게 깍듯이 손윗사람의 뜻을 가진 호칭을 챙겼다. ~씨 보다 더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호칭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는 또래 친구들을 처음 만나보았기 때문에 놀라운 점들이 많았다. 그래도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화적인 충돌이나 당황스러운 상황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