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연을 소중히 하는 시마네의 추억/ 최송이(한양여대 일본어 통역학과)
도쿄의 도심에서 한달간의 어학연수가 끝나고 처음 이 곳 시마네현 마츠에시를 방문 했을 때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어느 정도 시골이라고는 생각 하고 있었지만 도착해서 이 곳을 보았을때는 솔직히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한국에 돌아가 빡빡하고 복잡한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시마네현에 대해서는 독도의 문제와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만 생각하고 알고 있었고 이 곳으로 오기 전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하지막 막상 이곳에 와보니 독도에 대한 문제는 그리 눈에 띄게 다뤄지지 않았고 일반 시민분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독도보다 큰 위화감은 바로 동해였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일본 분들은 동해를 일본해라고 칭하고 있어 솔직히 듣기에 거북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적 정치적인 문제를 빼고는 시마네현의 분들은 정말 작은 인연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마음따뜻한 분들이셨습니다. 또한, 정말 가까운 의외의 사람들도 다들 한국의 아이돌 배우들을 알 정도로 한류에 대해 다시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간 인턴생활을 한 시마네국제센터는 작년까지 현청 근처의 조금 큰 사무실에 있었다고 합니다만 올해4월부터 저희가 묵고 있는 연수관으로 사무실을 옮겨와 사무실이 작아지긴 했지만 작년의 인턴분들이 매일 아침 30분간 더운 날도 비가 오는 날도 행하던 자전거 통근이 없어져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일본이 덥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마네현의 더위는 정말 햇빛이 따갑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푹푹 찌는 더위여서 잠깐 장을 보러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것도 곤혹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작은 번역 일을 하거나 우편물을 정리 하는 일을 하며, 이 작은 마츠에라는 시에만 이름의 성이 겹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정말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어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였던 사람의 이름을 읽는 것에 대해 조금은 익숙해 질 수 있었습니다.
또 이 곳에는 저희뿐 만 아니라 중국과 필리핀 출신의 직원분이 계셔서 여러 언어를 배울 수 있었고 그 나라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애고 흥미를 가질 수 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희가 묵고 있는 연수관에도 중국, 미국 등에서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잠시 묵어가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 분들과도 어설푼 일본어로 대화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센터에서 제가 하는 일이 없어서 도움이 안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인턴을 신청한 이유이기도 했던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다른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은 하였으나 마음처럼 적극적으로 되지는 않아 아쉬웠습니다.
인턴의 자주계획인 한국을 소개하는 강좌에서 역시 그러한 소극적인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같이 인턴을 온 친구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깨달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좌가 끝나고 한일사회문화포럼에서 주최하는 청소년봉사활동단이 왔을때에는 부족하고 부끄러운 실력이나마 센터 내에서 행해진 공식적인 행사의 통역을 담당하였습니다.
장래에 통역과 번역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었지 정식으로 통역을 해 본 적이 없었던지라 준비가 부족하고 너무 긴장을 해서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자신감이 붙고 아이들과 친해지고 어울리면서 통역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또, 청소단과 함께 청소를 하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시마네현은 독도의 문제만을 생각했지 한번도 시마네의 해안에 우리나라의 쓰레기가 흘러올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 실제로 한국어가 쓰여진 쓰레기를 발견하였을 때 놀랍고 안타까웠습니다.
너무 더운날이라 짧은 일정의 청소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을 아까워해 버스로 돌아가는 길의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더 주우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하고 대견하였습니다. 청소단이 청소를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다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또 쌓인다고 하니 독도 문제만이 아니라 이런 쓰레기에 대해서도 서로 같이 논의 해야하지 않을까 느꼈습니다.
솔직히 이 청소단이 7월 말이긴 하였으나 센터에 와서 가장 제대로 되고 크게 맡겨졌던 일이고 가장 즐겁고 보람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청소단이 끝나고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학생들이 모여 교류를 하는 北東アジア交流の翼inしまね 가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는 다른 곳에서 묵었던 학생들이 이번에는 이틀정도 연수관에 묵으며 러시아 분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지만 일본어가 익숙치 않은 러시아분과 별로 이야기를 하지 못해 아쉬웠고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청소단이 끝나고 불과 3일정도 지나고 시작한 교류회의 분위기가 청소단과는 정말 정반대의 분위기와 색을 하고 있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신선한 체험이었습니다.
인턴은 이번에도 통역이라는 명분으로 참가하기는 하였지만 교류회에 참가한 한국의 학생들은 다들 일본어과의 학생들로 일본어에 능숙해 저희가 할 일은 딱히 없어 아쉬웠습니다.
중국분들은 일본어를 전혀 못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별로 대화를 못하였고 짧은 영어로 간단한 대화와 모두와 쉬는 시간에 중국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4개월이라는 긴듯 짤은 시간을 가족과 떨어진 곳 그것도 해외에 있는 것이 처음에는 단순히 즐겁기만 했지만 갈수록 가족이 그리워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센터의 직원분들이 정말 가족처럼 하나하나 신경을 써 주시고 챙겨주셔서 다행히 향수병은 없었습니다. 연수관의 생활도 처음에는 2인실의 방을 혼자쓰려니 쓸쓸하고 방이 큰 듯 느껴졌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가장 안심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 센터가 정말 집같이 느껴져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아쉽고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익숙하지 못하였던 자전거 타기도 이제는 익숙해져 서울로 돌아가서 자전거를 못 탈 생각을 하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서울은 차가 많고 길이 좁아서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시마네는 장을 보거나 이동을 하려면 필수로 자전거가 필요한 환경이기에 길이 자전거가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또 차들도 많기는 하지만 신호를 정말 잘 지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정말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길이라도 정해진 신호에 멈춰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신기하다고 느꼈고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한국강좌를 통해 알게 된 분이나 현청이나 교류회를 통해 알게된 여러사람들과 친해지며 많이 얻어 먹기도 하고 도움을 받아 여러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서의 언어연수생활 그리고 이 곳 시마네에서의 3개월간의 인턴생활은 독도의 문제로 밖에 인식되지 못하였던 시마네현의 이미지를 바꿔주었고 정말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2주도 남지 않은 인턴생활 조금이라도 센터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보람되고 알찬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