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4개월간의 추억/ 김성학(영진전문대)

 

 

일본 구마모토 4개월간의 추억/ 김성학(영진전문대)

 

2012년 5월 8일, 인턴쉽으로 난 처음으로 일본에 왔다.

처음 오는 일본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살던 대구와 정말 비슷했던 것이다.

처음 도착한 후쿠오카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지만, 내가 일하게 될 쿠마모토가 더욱 대구와 비슷했다. 대구와 같은 분지라서 여름이 되면 찌는듯한 더위 역시 대구와 같았다.

처음 도착해서 숙소를 배정받았다. 쿠마모토 시내에 있는 카이다빌딩, 월 단위로 계약하는 먼슬리 맨션이었다.

 

처음 들어갔을 땐 짐이 많아서 정말 좁아 보였다. 침대도 들어있어서 4명이서 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공간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짐을 정리하고 침대도 주인 아저씨께 빼달라고 부탁드려 뺐더니 그럭저럭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일본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한달간은 쿠마모토의 대학에서 현지 학생들과 수업을 하며 친해지고 일본어를 배우는 기간이었다.

그때는 여기에 인턴쉽으로 같이 온 학생들 외에도 우리 학교에서 현지학기제로 한달간 함께 수업을 받았다.

3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각각 쿠마모토 현립 대학, 학원 대학, 쇼케이 대학으로 나뉘어져 수업을 받았다.

난 쿠마모토 현립 대학이었으며 이곳에는 약 10명정도 되는 한국 학생들과 10명정도 되는 일본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했다.

 

일본 학생들이 각자 스스로 준비해온 수업을 우리에게 하고 우리는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다.

수업이라곤 하지만 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겸 공부로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만화에 말풍선을 자유롭게 채우기, 책의 겉 표지만 보고 제목과 스토리를 상상해서 써보기 등 여러 종류의 수업도 있었고 일본의 명절 놀이인 카루타라고 하는 놀이도 해봤다.


카루타란 원래 일본의 전통 시를 찾는 게임으로 시의 첫구절을 이야기 하면 그에 해당하는 시가 적혀있는 카드를 다른사람보다 빠르게 찾아서 집는 게임이다.

 

그 카루타를 전통 시를 찾는것도 했지만 그 외에 쿠마모토 방언으로 만든 카루타도 해봤다. 긴장감 넘치는 재밌는 게임이었다.

이런 수업 외에도 한달간에 걸쳐 준비하는 목소리연극도 있었다. 한달간의 수업이 끝나고 발표를 해야하는 거였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해야했다.

 

일본 옛날이야기를 틀어놓고 화면에 맞춰 우리가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성우와 비슷한거였는데 그 목소리 연기를 쿠마모토 방언으로 해야했다. 이야기는 게와 원숭이 이야기로 착한 게를 괴롭히는 나쁜 원숭이를 게의 친구들이 혼내준다는 이야기였다.

각자 한 마리씩 역할을 맡아서 수업과 함께 연기 연습도 겸해서 한달을 진행해갔다.

나는 그중 원숭이 역을 맡아서 했다. 게를 괴롭히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간사하며 사악한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연기해야했다.

그 외에도 쿠마모토 방언의 억양도 함께 연습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도 맞춰야해서 꽤나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교내 수업 외에도 쿠마모토의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야외 수업도 있었다. 쿠마모토에 있는 쿠마모토 성을 견학 가기도 하고 수전지 공원을 찾아가 자연을 만끽하기도 했다. 아소산에 가기도 했고 성밑 마을에서 특산품을 먹어보기도 했다.

구마모토 성에서는 옛날 한국을 침략했던 가토 키요마사란 일본인이 한국을 침략했다 패배하고 돌아와서 방어를 하기위해 만든 방어용 성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쿠마모토의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쿠마모토 성 내부는 성벽들로 길이 지그재그로 나있었다.

적의 침략 시 성에 들어오는 길을 최대한 길게 하려고 만든것처럼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닌자 복장을 하고 사진을 같이 찍는 사람도 있었고 일본 갑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말하는것도 현대 일본어가 아닌 옛날 사무라이들이 쓰는 말투를 쓰고 있었다. 알바생들 같았다. 건물 안은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그당시 쓰던 도구들에서부터 방 전체를 재현해놓은 것 등 볼거리도 많았다.

 

수전지 공원은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호수 옆에는 수전지라는 신사가 있었다. 호수에는 잉어들이 살고 있었는데 잉어 먹이를 구매해서 먹이를 줄수 있었다. 주변엔 비둘기들도 많이 있었는데 잉어 먹이를 손에 들고 있으면 비둘기들이 날아와 팔에 앉아서는 잉어 먹이를 먹는등 기 현상을 체험해 볼수 있었다. 비둘기 조련사를 흉내내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잉어 먹이를 손에 들면 나도 비둘기 조련사.

 

성밑 마을은 말 그대로 쿠마모토 성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곳에선 쿠마모토의 특산품인 말육회와 겨자연근(카라시렌콘)을 먹어볼수 있었다. 말육회는 한국에서 파는 육회와 똑같이 생겼지만 좀더 부드럽고 기름진 느낌을 받았다. 무척 맛있었다. 겨자연근은 연근속 구멍에 빈틈없이 겨자(정확히는 겨자와 다른 노란색의 카라시 라고 하는 것)를 채워 넣고 겉에 계란을 입혀서 익혀낸것인데 겨자의 코를 톡쏘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맛있게 먹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척 맛있게 먹었다.

 

아소산은 가기 전 소바만들기를 체험할수 있는곳에 가서 소바를 직접 반죽해서 잘라서 먹기도 했다. 요리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무척 재밌는 경험이었다. 반죽을 하고 직접 칼질을 해서 만든 소바는 면의 굵기가 제멋대로 였지만 맛있었다. 소바 만들기 체험을 끝내고 나서는 아소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기전에 하늘이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소산 정상쯤에 도착했을 땐 구름과 가까워서 그런지 약한 빗줄기가 끝없이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내리고 구름도 껴 있어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아소산 천지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기념품 가게 근처만 서성이다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아소산 천지를 볼수 있는 날이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할 정도로 아소산 천지는 맑은날이 잘 없는곳이라고 한다. 정말 안타깝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그간 준비해온 연극을 발표하는 날이 왔다. 쿠마모토 국제 교류 회관에서 모두 모여 발표를 했다.

학원 대학에 학생들은 그곳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것을 발표했고 쇼케이 대학에 학생들은 직접 연기까지 하며 상황극을 준비했었다. 모두 재밌었다. 하지만 발표의 완성도는 우리 현립 대학이 가장 높았다. 즉석에서 바로바로 목소리로 연기를 했는데 모두 녹음한걸 튼걸로 착각했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발표회도 끝이 나고 인턴쉽으로 남은 우리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쿠마모토에 남아 인턴쉽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는 현립 대학에 일본어 연구실로 배정을 받고 그곳 연구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렇게 남은 3개월간 인턴쉽 일이 시작되었다.

 

난 홈페이지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무슨 프로그램을 써야하는지 조차 몰랐기 때문에 막막했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하는지 찾아 보았고 그나마 다행인건 기본적인 파일이나 사진등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하는지 찾아 내고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준비되어있던 파일과 사진을 웹페이지처럼 배치하고 만들어서 하나하나 모두 링크를 걸어야했다. 여기서부턴 정말 반복작업이었다. 페이지 하나하나마다 모든 링크를 다 설정해주어야했고 설정이 잘 되었는지 확인을 하기위해 페이지를 직접 열어보고 하나하나 다 클릭을 해가며 확인을 해야했다.

 

매일매일 그렇게 고군분투 하며 홈페이지를 완성시켰다. 힘들게 홈페이지를 완성 시키고 나니 이번엔 상명 대학교에서 단기연수로 일주일간 이곳 쿠마모토 현립 대학에 연수를 온다고 했다. 우리가 목소리 연극을 했던것처럼 상명 대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오오기리를 직접 한다고 했다. 오오기리는 일본의 개그로 만담과 비슷하지만 약간 틀리다.

사회자가 한명 있고 4명정도의 다른 사람들이 방석을 쌓아놓고 앉아있다. 거기서 사회자가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서 발표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웃기거나 참신한 대답을 하면 사회자가 방석을 주고 웃기지도 않고 진부하면 방석을 뺏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방석이 가장 많은 사람이 명예를 얻는다는 방식이다.

 

우리 때처럼 시간이 한달여간 있는게 아니라 일주일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내에 준비를 해야했기에 서둘러서 진행해야했다.

상명 대학교의 학생들이 도착하자마자 시범으로 오오기리를 보여주고 바로 오오기리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사회자가 얘기할 주제도 정해두고 그에대한 대답도 미리 생각해서 최대한 재밌고 웃기는것들로 선정해서 연습을 진행해갔다.

 

그리고 발표 당일 이곳 학교에서 강당을 한곳 빌려 발표를 했다. 현립 대학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곳 현지 사람들도 왔다.

발표는 무척 성공적이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개그 코드가 달라서 웃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다들 재밌게 잘 웃어주었고 걱정은 필요없었다. 성공적으로 끝낼수 있었다.

 

그렇게 상명 대학교의 단기 연수도 잘 끝냈고 홈페이지도 완성했다. 그리고 현립 대학에는 방학이 찾아왔다.

그나마 연구실에 자주 오던 학생들도 방학이 되니 거의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나는 연구실에서 앉아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거나 연구실에 있는 책을 보며 공부를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4달이 엄청 길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4달이 너무 금방 지나간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이곳에는 일본 현지의 라면, 초밥, 정식, 카레 등등 맛있는것들도 아주 많고 내가 살아온 대구와 크게 다르지도 않아서 위화감도 없었으며, 어떻게 보면 해외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조금 그렇기도 하지만, 충분히 지내기에 불편함 없이, 오히려 즐겁게 지낼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이곳 쿠마모토에 와서 좀더 오래동안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