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현에서 인생최대의 경험을/ 김꽃지(한양여대 일본어 통역과)
안녕하세요. 2012년도 글로벌인턴쉽 프로그램을 통하여 시마네현 마츠에시에 위치한 시마네 국제센터에서 2012년 5월 7일에서 8월 26일까지 인턴생활을 보내고 있는 김꽃지입니다.
4개월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턴 생활이 어느덧 다음주면 끝이 납니다. 처음으로 나온 해외는 제게 정말 많은 자극과 지식을 주었습니다.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생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초반에 비해 지금은 너무나도 이 생활에 익숙해져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어색함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4개월전의 저와는 다른 길을 걸으리란 예감이 듭니다. 처음 도쿄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어학연수만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도쿄라는, 일본이라는 도시와 나라를 접하고 적응하기 위한 한 달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한국어가 통하는 곳은 오직 같이 간 송이언니 뿐이라는 것을,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업중에 실시했던 일반인을 상대로 한 앙케이트 조사는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일본어 공부 역사상 가장 험난한, 그렇지만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외국인이라는게 한 눈에 들어나는 어색한 발음으로 역 주변에서 '실례합니다(すみません)’ 라고 첫인사를 건네기까지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었는지.
첫 상대부터 거절당하고 좌절했다가 두 번째 분에게 받은 상냥한 답변으로 기분이 나아지기도 하고. 한 시간 가량의 앙케이트 조사는 빗속에서 어렵게 어렵게 행해지다 결국에는 학원 직원분들께 도움을 받고 말았지만 그래도 정말 유익한 시간과 배움으로 남았습니다.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저희들만의 힘으로 도쿄에서 시마네까지 오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만일 저희보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왔다면 그들은 어쩌면 시마네까지 찾아오는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들의 경험이 다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불편했던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교통수단을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희들의 체제비는 한정되어 있으며 금액 또한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비행기라는 가장 간단한 수단을 저희는 처음부터 배제시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가장 가까운 경로, 가장 적은 환승횟수, 가장 적은 비용을 찾아 선택한 것이 신칸센과 JR특급열차를 교대로 갈아타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또한 그리 적은 비용이 아니었습니다만, 이렇게 오는 길이 가장 무난한 시간이었기에 다른 선택의 방법이 없었습니다. 비용이 가장 저렴했던 수단은 야간버스 였습니다만,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더불어 저희들의 거대한 캐리어를 실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아서 아쉽지만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마네에서의 생활은 걱정과 기대로 시작하여 6월 한 달은 어떤 정신으로 보냈는지도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어색하고 어색해서, 다들 친절하게 대해 주시지만 제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어물쩡어물쩡 한 달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7월의 자주기획을 준비하고, 발표로 긴장하고, 센터 업무에 적응하는데 한 달이나 걸릴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마네의 자연환경은 저의 외갓댁과 거의 흡사해서 의식주 생활은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았나 봅니다.
그러나 7월이 되어 자주기획을 통해 시마네현 사람들을 만나고, 사무실에도 적응하고, 직원 분들과 일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더불어 저희들을 귀여워해주시는 여러 사람들과도 만나서 재미난 일본 얘기도 듣고. 시간 참 빠르다 라고 언니와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특히 7월에는 한국에서 찾아온 중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해안가 청소 봉사단과 북동아시아 교류의 날개 in시마네 라는 거대한 행사 덕분에 7월에서 8월이 된 지금 저는 마치 타임슬립을 한 기분입니다.
아마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전 단연 한국 청소 봉사단과의 일주일을 꼽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통역으로서 제대로 일을 했다 라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안가를 청소한다는 경험 또한 해 본적이 없었기에 나이 어린 친구들과 웃으며 착한 일을 할 수 있어서 순수하게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부족한 일본어 실력이 일주일동안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관계자분들께 칭찬 들었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3년간 공부한 일본어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일은 한국 알리기에 힘썼던 자주기획이 있습니다.
기억의 반이 긴장밖에 없는 시간이기도 합니다만, 일본분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알리려고 필사적으로 준비한 자료들과 대본을 지금 다시 보면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습니다.
그 강좌에서 만난 한 남성분은 지금도 저희들과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시어 가끔 연락을 주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 또한 가져다 준 인턴 생활이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밖에 들지 않습니다.
후회와 아쉬움은 절대 남기지 않고 가겠어 라는 처음의 다짐과는 달리, 약 2주가 남은 지금 그 후회와 아쉬움밖에 들지 않아서 슬퍼집니다.
더불어 센터 식구분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또 다시 슬퍼집니다.
봉사단 친구들과 헤어질때도 그렇게 눈물을 보였는데, 3개월간 신세 진 이분들과 헤어질 땐 대체 얼마나 울게 되는 걸까요.
처음엔 일본어 실력을 늘리려는 단순한 차원에서 시작한 인턴 생활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늘었는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일본을 접하고 일본인을 접하고 사회를 접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턴 생활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생 최대의 경험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시마네는 현재 독도 문제로도 우리나라와 굉장히 밀접한 현이지만 인턴 생활 3개월동안 센터 식구분들은 그런 내색 전혀 없이 저희들을 정말 친절하게 보살펴 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만일 제 성격이 조금 더 밝고 사교성 좋았더라면 분명 6월 한 달도 재미나게, 다양한 추억으로 채웠으리라 생각 듭니다.
남은 2주 더 열심히, 더 보람하게,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이 4개월의 일본 생활이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사는 추억으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한양여자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분들과 가운데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한일사회문화포럼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부디 다음 인턴생도 이 곳 시마네 국제센터에서 좋은 추억, 좋은 경험 쌓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