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한항공 이용말라' 지시 외교갈등 비화

日 '대한항공 이용말라' 지시 외교갈등 비화


대한항공 A380에서 바라본 독도 (서울=연합뉴스) 일본 외무성이 대한항공의 독도 시험비행에 반발해 외무성 공무원들에게 해당 항공사의 이용을 자제토록 지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조치를 즉각 철회하도록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에어버스 380 항공기의 시험비행 당시 독도 상공을 지나는 모습. << 연합뉴스 DB >> 2011.7.14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일본 외무성이 대한항공의 독도 시험 비행에 반발, 소속 공무원에게 해당 항공사 이용을 자제할 것을 지시하면서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앞으로 1∼2개월 내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방위백서도 발간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는 "독도는 역사ㆍ지리ㆍ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 영토"라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방침에는 일본 정부가 국가 대 국가간 갈등 구도를 형성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 기업을 상대로 일종의 제재를 내렸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일본의 이번 조치가 "무리하고 유치한 대응"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지만, 앞으로 다른 민간기업들을 상대로 한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외교통상부는 이런 차원에서 담당 국ㆍ과장을 통해 일본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해당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에 대해 이번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그 결과를 지켜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을 위배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으나 "기준금액(항공기 이용금액) 미달로 WTO에 가는 것은 쉽지 않다"(외교부 당국자)는 판단이다.

외교부는 이런 단호한 기조 속에서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번 조치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에 우리가 과잉 대응할 경우 오히려 일본이 원하는 대로 독도 문제가 국제 이슈화되는 등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야당인 자민당 등의 반발과 영토 문제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등과의 외교분쟁 패배 등에 따른 여론 무마를 위한 "국내 정치용"이란 정부의 판단도 깔렸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이번에 보인 `황당한 행태'가 새로운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지향해 나간다는 지난해 8ㆍ15 총리 담화 정신을 스스로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악화시키려고 했으면 굳이 이용 자제 시기를 한 달로 제한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는 일본 내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의 이런 악수에 대해 우리는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