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3월 16일 (수) 12:01 문화일보
‘방사능 공포’ 강타… 사람몰린 공항·역 ‘도쿄 대탈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4호기의 잇단 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쿄(東京)를 비롯한 수도권까지 이동하자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기 위해 하네다(羽田) 공항이나 신칸센(新幹線) 탑승장이 있는 시나가와(品川) 역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도쿄 탈출' 상황도 연출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지진 이후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했던 일본인들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동요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쿄 등 수도권까지 날아오면서 주민들은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치기(?H木)현에서는 통상의 100배 정도인 매시 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성 물질이 관측됐고,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는 통상의 10배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도쿄도 내에서도 대기 중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서도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상당수 일본 국민들은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와 정부의 대응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할하는 도쿄전력으로부터 사고 발생 후 1시간이나 늦게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자 과연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원전 사고 발생 초기 현지 주민들에게 원전 반경 20㎞ 밖으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가 15일 다시 30㎞로 넓혔으나 정작 반경 50~60㎞ 밖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를 나오자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도쿄 가마타(蒲田)구에 거주하는 한 29대 주민은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는 사람은 없다"며 "당분간 고향인 오사카에 가있을 방안을 심각하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도쿄 아라카와(荒川)구에 사는 한 50대 여성도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침착하게 대응하라고만 하고 있다"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라고 말했다. 한 도쿄 도민은 "정부 발표도, 언론 보도도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알아서 처신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루 빨리 가족들과 함께 고향이 있는 규슈 지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국내선이 취항하는 하네다 공항과 신칸센 탑승장이 있는 시나가와 역 등지에는 도쿄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