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커다란 획을 그어준 경험 / 김지은 (백석대학교)
작년 11월 대학에서 일본 인턴십 공지가 나서,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지원했다. 일본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워킹홀리데이 역시 생각도 하지 않았었지만 인턴십이라는
이름 하에 어떤 일을 배우게 될까하는 호기심에 지원했었다.
처음엔 도쿄(東京)로 가게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자랑을 했었다. 도쿄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십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부러워 할 것이고 자랑거리가 될 것
같아서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후쿠시마로 가게 될 것이고, 모두 함께 한 집(3LDK)에서 살게 될거라는 말을 듣고 조금 실망을 했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내심 지원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었지만 내가 결정한 일이고 멋지게 3개월 지내보자는 생각에 후쿠시마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후쿠시마의 사람들, 직장 분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후쿠칸네트 관계자는 왠지 깐깐한 이미지일 것 같았는데 훈훈한 이미지에 우리들을 많이 챙겨주셔서 마음이 편안해 졌다. 모두들 여러 가지로 신경써주시고 친절하셔서 이 곳에 대한 두려움은 금세 사라져버렸다.
나를 포함한 인턴생 8명이 서로 다 같이 친해지는 데에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아, 후쿠시마 인턴십이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인턴십을 받을
기관으로 후쿠시마현의 문화센터를 선택해서 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자전거로 30분, 일주일에 4번을 출근하라는 말을 듣고 내가 왜 문화센터를 선택했을까 많이 낙심했었다. 하지만 정확히 한 달이 지난 뒤부터는 매주 목요일 일본문화체험을 위해서 근무를 쉬어야만 하는 요일이 되면 일을 나가고 싶었고 심지어 주말조차 일을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문화센터 과장님에게 주말에는 쉬어주길 바란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센터가 너무도 많이 좋아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화센터 직원들은 나보다는 모두 나이가 있으시지만 직장인이 아닌 편안한 친구같은 분위기로 우리를 대해주셔서 그 분들에게 너무도 많은 정이 들어버렸다. 1월에는 일본의 유명한 가수
비즈의 콘서트를 음향실에서 관람도 했고 행사의 리허설을 지켜보거나 간단한 무대 뒷정리를 도왔다. 2월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어서 사무실에서 손님에게 티켓을 팔거나 전화받는 일을 돕게 됐는데, 이 때 많은 실수를 했지만 사무실 직원 분들은 미소지으면서 남들 모르게 살짝 "힘내!" 라고 말해주었다. 이 말 한마디에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어떤 분은 전화가 왔을 때 대처법을 쪽지로 적어서 직접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셨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곤란해 할 때는 미소를 잃지 않고 괜찮다면서 직접 처리해주신 적도 많았다. 비록 돈은 전혀 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지만 돈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값지고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이 되었다.
우리들은 문화 센터에 점점 정이 들게 되었고 일을 하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솔직히 힘든 일을 한 것도 없지만,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5시간동안 4명의 손님이 왔던 날에는 조명청소나 인쇄 3천장을 했던 것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2월에는 모두와 함께 빙어낚시도 갔었고, 저녁모임에도 초대받았고 상사 한 분이 홈스테이도 번갈아가면서 시켜주셨었다. 그 때 기모노를 입어 봤는데 30만엔짜리로 막내딸이 성인식날 입던 거라고
하시면서 부인이 입혀 주셨다. 홈스테이도 이것 저것 챙겨받고 대접받은 것이 많아서 한국에서 내가 반찬으로 가져온 김을 전부 다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떠나기 일주일 남았을 때에는 회사에서 송별회도 열어주었고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다. 근무 마지막 날 우리는 몰래 조명실로 숨어들어가 모두에게 보여 줄 영상편지를 썼다. 이 날
마지막이라고 국장님께서 점심으로 오코노미야끼를 사주셨는데 이 분은 3월에 정년퇴임을 하신다고 한다. 한국에만 7번을 갔다 왔다고 하시니 분명 4월에 한 번 오실 것 같다. 제대로 가이드를 해드리기로 마음 속으로 100번은 다짐을 했다.
근무가 모두 끝나고 총무과, 역사자료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항상 앉아 있었던 사무실에 모두가 서 있는 자리에 간단한 소감을 남기고 인사를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너무 많았지만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직 일본어로 더 이야기 하고 싶고 모두 다 같이 쉬는 날에 어딘가로 놀러가지도 못했고 이제 막 친해졌는데 바로 이별이 찾아와서 너무나도 아쉽고 마음 속이 허전했다. 우리가 인사를 하고 나갈 때 몇
분이 우리가 자전거타고 가는 모습을 보겠다고 배웅을 나와 주셨다. 또 한번 여기서 감동을 먹었고, 당분간은 못 볼 생각을 하니 너무 울고 싶었지만 나중에 놀러왔을 때 울었다는 이야기 듣기가 챙피할까봐 꾹 참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모두에게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를 연발하면서 문화센터를 떠났다.
정말 너무나도 허전하고 아쉬운 3개월이었고 즐겁고 훈훈했던 3개월이었던 것 같다. 이번 인턴십을 통해 일본에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인턴을 다녀온 뒤로 일본이란
나라에서 3개월은 너무나도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되었고 다시 한 번 일본을 방문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비록 졸업을 했지만 아직 23살 이대로 취업을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늦지 않았고 나 자신을 믿고 워킹홀리데이 비자심사에 합격하여 또 다른 일본을 체험하고 후쿠시마 문화센터에도 가서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皆に会いたくてまた来ました。皆さん、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2010년 3월 6일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