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분들께!! / 이상민(한국외대 일본학부)

 

쿠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분들께!! / 이상민(한국외대 일본학부)

 

쿠마모토에 도착하다.

네 번의 방일 경험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은 언제나 신선한 감각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이전 관광중심의 방문 목적과는 다르게 현지인과 부대껴 생활하는 경험은 처음이기에 더더욱 낯설고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도 해본 적 없는 자취생활의 압박감은 이국땅 일본에 처음 내렸을 때부터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일본어가 어느 정도는 된다고 할지라도 낯선 도시에서의 첫 적응은 쉽지 않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낯선 일본어, 누구 하나 아는 이 없는 쿠마모토의 지리를 익히려 굉장히 열중했습니다.

특히 식료품을 취급하는 가게의 위치를 열심히 기억했습니다. 당장 오늘 먹을 끼니부터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사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시겠지만 매번 끼니를 바깥에서 해결할 순 없어 장을 보러 집을 나섰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물가, 식재료, 낯선 가공식품들, 조리된 반찬들 등 한국의 시장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장터에서 조심스레 물건을 담아 서툰 조리솜씨로 끼니를 해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사람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서툰 조리솜씨도 생활하면서 나날이 발전했고 주변의 풍경이 눈에 익어갔으며 낯설기만 한 일본어는 모국어 같이 정겹게 들리게 됐습니다.

▲쿠마모토 국제교류 회관에서
 
쿠마모토 국제교류회관을 방문하다.
도착 다음날 앞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장소인 쿠마모토 국제교류회관을 방문해봤습니다.

넓은 1층 교류 라운지와 옆에 꽂혀있던 여러 국가의 다양한 신문들은 이곳이 국제교류의 장임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접수처 옆 테이블에는 국제교류회관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목록표가 있었습니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프랑스어 교실 등 다양한 교류프로그램이 진행됨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면식을 트기위해 직원 분에게 한일포럼 쿠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 참가자임을 알리고 프로그램의 개략적 소개 및 진행방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이번 한 달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サポボさん과 종이접기 체험 중^^
 
サポボさん과 만나다.(サポボ:サポートボランティア)
첫 월요일 サポボさん(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자원봉사자)인 우치다씨와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점 또한 중효하지만, 이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프로그램 진행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피력하면 그에 맞춰 자원봉사자 분들이 수업을 준비해 오십니다.
 
따라서 앞으로 오실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반드시 이번 연수를 통해 어떤 것을 공부하기를 원하는지 미리 염두에 두고 오시라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일본의 사회와 경제, 정치에 대해 이해하기를 원해 일본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의 기사와 1면에 실리는 유명 코너 天聲人語를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함께 하시는 サポボさん(자원봉사자)은 한분이 계신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계십니다. 따라서 제 경우엔, 어떤 사안에 대한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접할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쿠마모토 성을 배경으로 한 컷~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가
쿠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은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 외에 쿠마모토와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프로그램이 더 갖춰져 있습니다.

1. 쿠마모토 성 견학 프로그램
쿠마모토를 내려다보는 쿠마모토 성 견학 프로그램 입니다.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인 쿠마모토 성의 축성에 관련된 이야기와 특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2. 스이젠지공원 견학 프로그램
쿠마모토 시내에 있는 아즈치 모모야마 양식의 정원, 스이젠지공원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東海道를 축쇄 정원에 담은 것이 인상적인 곳 입니다.

3. 죠사이엔 견학 프로그램
쿠마모토 성 옆 죠사이엔이라는 쿠마모토의 특산품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쿠마모토의 마스코트 캐릭터 쿠마몬 상품을 비롯해 쿠마모토의 명물 카라시렌콘과 말고기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쿠마모토의 특산품의 유래를 들어보고 이해를 더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입니다.

4. 100엔 균일매장 투어 프로그램
쿠마모토에서의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100엔 매장으로 유명한 다이소 및 상점가를 안내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쿠마모토 라멘의 맛집, 저렴한 덮밥 집 등을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5. 쿠마모토 대학 견학 프로그램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는 큐슈 유수의 대학 쿠마모토 대학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나츠메 소세키가 교편을 잡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6. 서도(書道) 체험 프로그램
서도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붓 바르게 쥐는 법, 올바른 글씨쓰기의 자세 등을 배워볼 수 있습니다.
 
▼서도(書道)체험 후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와 함께

주말은 어떻게 보내는가.
수업이 있는 평일과는 달리 주말에는 아무 일정이 없습니다. 바꿔 생각해보면 일정이 있어 행동의 제약을 받는 평일과는 달리 주말은, 자신이 자유롭게 계획해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주말을 이용해 여행에 나섰습니다. 
 
첫번째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쿠마모토 시내를 둘러봤습니다. 아직 가보지 않아 낯서 곳도 페달을 밟아 나아가며 눈에 익혀나갔습니다. 쿠마모토 시내가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싶어 두 번째 주말부터는 큐슈 곳곳의 명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세계 제일의 칼데라 화산을 자랑하는 쿠마모토 현의 명소 아소산, 용암에 의해 만들어진 타카치호협곡,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이자 근대일본문화의 시발점 나가사키 데지마 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 외에도 쿠마모토 현대 미술관의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든지 쿠마모토 박물관의 전시물을 구경하며 주말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여행 중 만난 외국인친구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도시 도쿄와 오사카에 비해 큐슈의 쿠마모토는 초라해 보이고 보잘 것 없는 곳으로 여겨져 연수를 망설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수를 다녀와서 느낀 점은 한마디로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는 것입니다. 일대일의 맨투맨 수업은 지속적으로 의견 교류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전공을 하고 있지만 말할 기회가 적어 회화가 많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신문 기사를 읽고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회화가 숙달되어감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회화의 숙달과 더불어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말하기 쉽지 않은 머릿속의 어휘도 쉽게 끄집어내게 됐습니다.

또 접하기 힘들 일본인의 속내 또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일본의 경제상황과 정치에 대한 견해 그리고 한일양국 외교관계의 마찰을 야기하는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태평양전쟁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접 일본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오실 후배 분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나라의 문화, 경제 정치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쿠마모토를 방문하셨으면 합니다.

일본에 가는데 왜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하는지 궁금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국제교류회관은 말 그대로 일본인과 외국인의 교류의 장입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겁니다.

그 주제는 우리나라의 격언에서부터 음식문화, 군대, 북한문제, 근대정치, 경제수준 등 굉장이 다양합니다. 일본에 방문한 우리국민으로서 우리문화에 대해 올바르게 소개하고 알린다면 굉장히 뿌듯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둘째, 적극적으로 관계 맺기입니다. 일본어 수업을 듣는 것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왕 일본에 온 것 일본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그것은 현지의 일본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국제교류회관을 찾는 일본인의 수는 상당히 많습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 쿠마모토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자원봉사자 등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 보다 더 가까이 일본문화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수업이 없는 시간대를 활용하여 함께 볼링을 치거나 가정집에 직접 초대받아 스끼야끼(전골요리)를 먹기도 했고 술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연수의 방향이 있겠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 달 남짓의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이번 연수를 보다 알차게 보내게 하는 열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언급 드린 부족한 조언 외에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영광을 누린 후배 분들이 이 시간을 잘만 쓰나면 인생에서 둘도 없을 어디서도 체험하지 못할 소중한 한 달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모두 이 귀중한 기회를 잘 살리셔서 일본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